서울에 밀집했던 정부 정책 담당 기능 부처가 대거 세종으로 이동한다.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뿐만 아니라 외교부·통일부·국방부와 감사원·경찰청 등 외교·안보·수사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도 포함됐다. 서울 등 수도권을 벗어나 세종 중심의 정부 운영을 강화한다는 구상이지만, 국회와의 원활한 협업을 비롯해 소속 공무원들의 정착 문제, 지방 이전에 따른 인력 이탈 우려 등 진통도 예상된다.

13일 행정안전부는 수도권 소재 142개 행정기관을 검토해 이 중 44개 기관, 정원 9929명을 세종 이전 대상으로 정했다. 중앙부처는 세종으로 옮기되 직접 대민서비스를 담당하는 소속 기관은 제외했다. 이번에 발표된 이전 규모는 2012년부터 최근까지 세종으로 이주한 기관(43곳·1만4731명)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전은 청사 확보 방식에 따라 두 갈래로 진행한다. 민간 임차 공간을 활용하는 27개 기관, 2995명은 내년부터 바로 이동한다. 상반기에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6개 기관(1101명)이 옮긴다. 하반기에는 금융위와 각 부처 소속 기관, 자문위원회 등 19개 기관(787명)의 이전을 추진한다. 행복도시법을 개정해야 하는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도 내년 이전을 목표로 정했다.

나머지 17개 기관(6934명)은 청사를 신축한 뒤 옮긴다. 외교부·통일부·국방부 등 외교·안보 부처와 감사원·경찰청·중대범죄수사청·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형사사법기관은 수사·보안·관제 등 업무 특성상 독립 청사와 특수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31년까지 별도 청사를 신축한 뒤 이들을 이전할 계획이다. 이들이 자리를 비우는 정부서울청사와 정부과천청사 등은 현재 민간 건물을 임차해 쓰고 있는 수도권 내 특별행정기관들을 입주시킨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내년 임차 청사 조성·운영과 공무원 이주 지원 등에 약 897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독립 청사가 필요한 기관과 향후 임차 청사 활용 기관 등을 위한 청사 건립비는 약 3조1000억원으로 추산했다. 내년에는 기본설계비 약 286억원을 반영한다.

대통령·국회 관련 시설과의 일정도 맞물린다. 대통령 세종 집무실은 2029년, 국회 세종의사당은 2033년 준공이 예정돼 있다.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등 대통령 연계기관의 이전은 집무실의 완전 이전 시기 등을 고려해 별도로 검토한다.

공무원과 가족의 정착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정부는 이사비와 초기 이주지원비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주택 마련이나 자녀 학기 종료 등으로 즉시 이주하기 어려운 직원에게 한시적으로 교통편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과거 세종 이전 기관 공무원에게 제공했던 아파트 특별공급 혜택은 2021년 폐지된 만큼 공무원들의 주거비 부담 불만이 커질 전망이다.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도 서울을 떠난다. 금융위 소속 인원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을 포함해 총 420명으로 내년 이전 대상 기관 중 가장 몸집이 크다. 특히 금융감독원과의 협업이 중요한 금융위의 이전은 정책과 감독 업무의 효율성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요 금융사들이 서울에 집중된 것도 실시간 협의를 어렵게 한다. 금감원을 비롯한 국책은행 등 공공기관 이전 계획 역시 4분기 내 발표할 것이라고 이날 행안부는 밝혔다.

공무원 이탈 문제도 과제다. 세종 이전으로 주거와 자녀 교육, 배우자의 직장 등 생활 여건이 달라지는 만큼 직원들의 이직·전출 유인이 커질 수 있다. 특히 금융위 공무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제공하는 금융사·로펌 등으로의 이탈이 우려된다. 올해 8월까지 금융위·금감원 내 이직자만 47명에 달한다.

노동조합의 반발도 예상된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원청이 사용자성 범위를 넓힌 ‘노란봉투법’에 따라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직원들의 배치 전환이나 근무 형태 변경 등이 발생할 경우 노조는 정부와 단체교섭을 하거나 노동쟁의를 벌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공공부문 노동조합과 정부 간 노정 협의가 원활히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노동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