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사하라 사막 관리를 맡기면, 5년 안에 모래가 부족해질 것이다.”

자유시장주의 경제학의 거목인 밀턴 프리드먼이 남긴 비유다. 정부의 슬기롭지 못한 시장 개입이 자원 배분의 왜곡을 초래한다는 점을 이런 상상력으로 설명했다. 요즘 계란 공급을 둘러싼 한국의 촌극을 보면 프리드먼의 모래 비유는 ‘저리 가라’ 수준이다.

사정은 이렇다. 정부는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와 사료비 상승 등으로 국내 생산량이 급감하자 수입산 구매에 나섰다. 축산발전기금 등 재정에서 1200억원을 끌어다 브라질산 계란 등 수입산을 비싸게 들여왔다. 단일 농산물의 수급 관리 측면에서 이례적이다. 특히 브라질산이 한 판당 4만원에 육박하는데, 이를 시중 대형마트에 4980원이라는 초저가에 유통시켰다. 원가의 8분의 1 수준. 사기업이라면 배임을 추궁할 사안이다.

정부의 개입이 가격 안정을 위한 조치라고 해도 두 가지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첫째, 가격 신호가 망가진다. 가격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 상태를 알려주는 신호등이다. 물건값이 오르면 소비자는 씀씀이를 줄이고 생산자는 공급을 늘린다. 그러나 정부가 재정의 힘으로 가격 신호를 가리면 소비자는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현재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도 같은 맥락이다.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올랐지만 올해 상반기 국내 휘발유 소비량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호르무즈 해협 자유 항행에 차질이 없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1.3% 늘었다. 최고가격제로 인해 유가 상승분이 가격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수요가 오히려 늘었다. 경제학 교과서에 새길 정책의 역설이다.

선의로 포장된 덤핑은 국내 계란 생산 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정부의 비정상적인 개입이 영세 산란계 농가부터 사업 지속 의지를 꺾게 만든다. 공급의 파이프라인은 더 좁아지고 대형 공급자들의 가격 결정권이 커지는 식이다. 수입란 구매에 1200억원을 쓴 정부가 산란계 농가 시설 직접보조금으로 쓴 예산은 연평균 1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의 모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급을 강화하는 해법에 집중하기보다, 민간 생산자 단체의 가격 고시 관행을 계란값 상승의 주범으로 몰아가고 있다. 경쟁 당국은 해당 단체에 과징금을 부과했고, 농림축산식품부는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했다.

필자가 보기에 가격을 끌어올린 주범은 협회가 아니라 가격 신호등을 망가뜨린 정부 자신이다. 혈세로 초저가 덤핑을 감행한 측이 민간의 가격 정보 제공을 범죄시하는 이중잣대다. 일반 기업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원가의 8분의 1 가격에 물량을 쏟아냈다면 공정위는 시장 경쟁을 말살하는 ‘약탈적(Predatory) 가격 책정’으로 보고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했을 것이다.

밀턴 프리드먼은 “공짜 점심은 없다”고 했다. 확장재정을 앞세워 전례없는 개입을 감행하는 정부의 행보가 슬슬 겁이 난다. 국민 호주머니를 의식하지 않는 K관료들의 담력이 놀라울 지경이다. 수입 원가의 8분의 1 가격으로 국내에 공급한 정부의 애민 정신에는 ‘6·3 전국 지방선거’라는 정치 일정도 고려됐을 터이다. 제발 혈세 탕진식 땜질 처방이 아닌, 시장의 신호를 존중하는 정책을 펼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