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정부의 자사와 AI 기술에 대한 인식과 규제 조치가 민간 고객과 파트너 관계까지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 계약이 전체 연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이지만 정부와의 관계 악화가 매출 손실과 사업 중단, 평판 훼손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로이터는 2일(현지시각) 앤트로픽의 IPO 투자설명서를 확인한 결과 회사가 정부의 자사 및 AI 기술에 대한 태도를 주요 사업 위험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앤트로픽은 정부의 인식과 조치가 정부 계약을 넘어 고객과 파트너 등 광범위한 상업적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이 정책 변화에 따른 사업 위험을 투자설명서에 명시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특히 정부와 계약하는 기업은 정부 기관과의 관계 악화를 주요 위험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로이터는 앤트로픽이 제시한 위험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앤트로픽과 회사의 행동을 어떻게 인식하는지가 기존 및 잠재 고객과 파트너, 직원, 투자자에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 투자설명서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앤트로픽은 정부 기관과의 계약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전체 연간 매출의 1% 미만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회사는 정부와의 관계 변화가 실질적인 매출 손실이나 사업 차질을 가져올 가능성을 위험 요인으로 제시했다.

“AI, 인류에 파국적·실존적 위험 가능”

앤트로픽은 투자설명서에서 첨단 AI 자체가 가져올 위험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경고를 내놨다.

회사는 첨단 AI가 인류에 “파국적 또는 실존적 위험(catastrophic or existential risks)”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IPO를 추진하면서 AI 기술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기업이 같은 기술의 잠재적 위험을 이처럼 강하게 경고한 점에 주목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IPO 기업가치는 최대 2조달러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AI 기술의 빠른 발전과 세계적인 개발 경쟁, 제한적인 감독을 둘러싼 안전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AI 업계가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이른바 자율형 AI 에이전트를 이용한 해킹 활동 사례가 잇따라 보고된 가운데 나왔다.

아모데이 CEO는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찬을 가졌다. 로이터는 AI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만남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화된 AI 규제를 요구하는 주장에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다만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앤트로픽을 포함한 AI 기업들을 대상으로 업계 전반에 걸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앤트로픽, 미국 정부 조치 위험 사례로 제시

앤트로픽은 지난 1년 동안 미국 정부와의 관계에서 발생한 여러 사건을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례로 투자설명서에 제시했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연방기관에 앤트로픽의 AI 모델 사용을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미 국방부는 앤트로픽을 국가안보와 관련한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했다고 투자설명서는 밝혔다. 앤트로픽은 이와 관련해 “회사는 이러한 사건으로 인해 상당한 매출 손실이나 사업 중단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상무부가 앤트로픽의 ‘페이블 5(Fable 5)’와 ‘미토스 5(Mythos 5)’ 모델에 전 세계적인 수출 제한을 부과했다고 회사는 밝혔다.

앤트로픽은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해당 모델을 비활성화했다. 이후 상무부가 수출 제한을 해제하면서 앤트로픽은 두 모델을 다시 제공했지만 회사는 앞으로 유사한 정부 조치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앤트로픽은 이 같은 조치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와 관계없이 심각한 평판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부정적인 언론 보도와 대중의 감시가 증가하고 기존 및 잠재 고객, 파트너, 직원, 투자자 사이에서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형성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앤트로픽은 정부 기관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것 자체에도 추가적인 위험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회사나 앤트로픽의 기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것도 사업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