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미국 뉴욕증시가 이번 주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중대 분기점을 맞는다.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이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5%에 근접했다. 통상 증시에 부담이 되는 악재가 겹쳤지만 주요 지수는 사상 최고치 부근을 지키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기업 실적이 고금리 충격을 얼마나 상쇄할지가 시장의 관심사다.

13일(현지시각)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지난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8% 상승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도 각각 0.9% 올랐다. 예상보다 강한 물가와 유가 상승에도 증시가 오히려 상승세를 이어간 것이다.

이번 주 최대 변수는 16일(현지시각)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다. 연준은 이날 오후 2시 기준금리를 발표하고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오후 2시30분 기자회견에 나선다.

금리 인상 확률 86%…이번 주 최대 분수령은 FOMC

시장이 이번 FOMC를 주목하는 이유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주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대체로 예상에 부합했지만 근원 CPI의 전월 대비 상승률이 시장 전망을 소폭 웃돌면서 금리 인상 전망에 힘이 실렸다. 시장이 반영하는 이번 FOMC 금리 인상 가능성은 약 86%까지 상승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이 올해 매달 3%를 웃돌았고 연준 목표인 2%를 향한 진전도 거의 없다는 점을 금리 인상의 근거로 꼽았다.

워시 의장도 물가 안정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그는 최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물가 안정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으며 인플레이션이 반드시 평균으로 회귀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안정적인 물가를 만드는 것이 연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 인상 자체보다 연준이 이후 추가 긴축 가능성을 어떻게 설명할지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CPI 발표 이후 국채 금리가 크게 움직이지 않았고 주가지수 선물도 상승한 만큼 이번 인상 가능성은 상당 부분 시장 가격에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워시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향후 금리 경로에 어떤 신호가 나오는지가 증시의 단기 방향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국채금리 5% 눈앞인데 증시는 최고치…버티는 힘은 ‘AI’

금리 인상 전망은 이미 채권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11일 4.975%를 기록하며 5% 선에 바짝 다가섰다. 일반적으로 장기 금리 상승은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이고 주식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을 낮춰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런데도 S&P500은 7670선 부근에서 사상 최고치와 멀지 않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AI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설비투자와 견조한 기업 실적이 고금리 부담을 상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파벳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오라클 등 대형 기술기업들은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면서 자본지출 전망을 잇달아 상향했다. 엔비디아 역시 2분기 시장의 이익 전망을 웃돌았다.

제프 부크바인더 LPL파이낸셜 수석 주식전략가는 경제 성장이 유지되고 경기침체 위험이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금리가 오르더라도 증시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단기 조정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로리 칼바시나 RBC캐피털마켓 미국 주식전략 책임자는 최근 유가와 금리 상승 등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일반적인 수준의 증시 조정 위험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유가 100달러 재돌파…연준 긴축 부담 키우는 마지막 변수

증시가 고금리를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변수가 국제유가다. 브렌트유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 격화와 글로벌 공급 차질 우려로 약 두 달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섰다. 지난 11일에는 배럴당 104.61달러를 기록했다.

유가 상승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에너지 비용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휘발유와 운송비 등으로 가격 상승이 확산하면 물가를 다시 끌어올려 연준이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 금리와 유가가 동시에 상승하면 기업 비용과 소비자 부담도 함께 커진다.

공급 측 불안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7개월째 계속되면서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에너지 수송이 제약을 받고 있다. 여기에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시설 공격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타격까지 겹쳤다.

타마스 바르가 PVM오일어소시에이츠 애널리스트는 “호르무즈해협이 다시 열리고 원유가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않는 한 당분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시장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주 뉴욕증시의 핵심은 ‘연준이 얼마나 매파적으로 움직이느냐’로 압축된다. 시장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상당 부분 반영했지만 유가가 100달러를 웃돌고 국채 금리가 5%에 근접한 상황에서 연준이 추가 긴축 신호까지 보낼 경우 증시의 부담은 커질 수 있다. 반대로 금리 인상 이후 추가 긴축에 신중한 메시지가 나오고 AI 투자와 기업 실적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간다면 고금리에도 사상 최고치 부근을 지켜온 증시의 회복력이 다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