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글로벌 D램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힘입어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0% 안팎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대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추진하면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섰다.

17일 중국 제일재경과 과창판일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CXMT는 전날 발표한 실적 예고를 통해 올해 3분기 매출을 1147억~1197억위안(약 22조9000억~23조9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전년 동기 대비 589~619% 증가한 수준이며,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15~20% 늘어난 수치다.

3분기 순이익은 533억9500만~548억9500만위안(약 10조6000억~10조9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3분기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는 것으로, 직전 분기인 2분기 순이익 528억4300만위안보다는 1~4% 증가한 규모다. 매출이 전 분기 대비 15~20% 늘어난 데 비해 순이익 증가폭은 이에 못 미쳤다.

이에 따라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2650억~2700억위안(약 53조~54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321억위안보다 725~741% 증가한 규모다. 누적 순이익은 1310억~1325억위안(약 26조2000억~26조5000억원)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약 53억위안의 순손실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규모 흑자 전환이다.

CXMT는 실적 급증의 배경으로 AI 산업 확대에 따른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수급 불균형을 꼽았다. CXMT 측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AI 컴퓨팅파워(연산력) 수요가 빠르게 늘었다”며 “세계적으로 D램 산업 경기가 올라가면서 제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고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밝혔다.

생산능력 확대와 공정 개선도 실적을 뒷받침했다. CXMT는 생산시설 확충과 제품 연구개발(R&D), 공정기술 고도화를 통해 웨이퍼당 산출량과 설비 가동률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웨이퍼 한 장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물량을 늘려 생산 효율을 개선하고, 생산 규모 확대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도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CXMT의 고속 성장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표 D램 제조업체인 CXMT는 생산능력 확충과 기술 개발을 통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주도해 온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 왔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CXMT의 글로벌 D램 매출 점유율은 7%로 삼성전자(39%), SK하이닉스(26%), 마이크론(25%)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아직 선두 업체들과 격차가 크지만 범용 D램 내수 수요와 생산능력 확대에 힘입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16% 급증하는 등 기존 업체들에 새로운 경쟁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적 예고와 함께 대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도 제시됐다. CXMT 주이밍 회장은 전날 회사에 10억~20억위안(약 2000억~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제안했다. 회사가 보유한 자금이나 자체 조달 자금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커촹반(科创板)에서 기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통상 2억~8억위안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시장에서는 경영진이 회사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 CXMT의 전체 주식 가운데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물량은 6%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20억위안 규모의 자사주 매입이 실행되면 현 유통 물량의 1% 가까이를 흡수하게 돼 주가 안정과 투자심리 개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CXMT는 자사주 매입 제안에 대해 회사의 성장 전망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투자자 이익을 보호하고 시장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최근 CXMT 주가는 글로벌 반도체주 변동성 속에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5.24% 하락하며 시가총액이 3조위안(약 600조원) 아래로 내려갔지만, 16일에는 3.28% 반등해 시가총액 3조위안과 중국 본토 증시 시가총액 1위 자리를 회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