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에 대체로 부합하면서 뉴욕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이 반등했다. 다만 세부 물가 지표가 여전히 끈적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보여주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동시에 높아졌다. 비트코인은 CPI 발표 직후 7만9837달러까지 치솟으며 8만달러 돌파를 시도했지만 이후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했다. 반면 이더리움과 솔라나 등 주요 알트코인은 비트코인보다 높은 상승률을 유지했다.

11일(현지시각)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디지털자산 전체 시가총액은 2조6500억달러로 전일 대비 0.75% 증가했다. 시장 전반의 흐름을 보여주는 코인마켓캡20 지수도 162.23으로 0.77% 상승했다. 다만 ETF 자금 흐름은 3억3050만달러 순유출을 기록해 가격 반등과 기관 수급 사이에는 온도 차가 나타났다.

파생시장에서는 변동성이 더욱 뚜렷했다. 24시간 전체 청산 규모는 9억7403만달러에 달했다. 이 가운데 롱 포지션 청산은 5억7877만달러 숏 포지션 청산은 3억9525만달러였다. 미결제약정은 4746억8000만달러로 12.07% 증가했고 파생상품 거래량도 9545억9000만달러로 22.9% 늘었다. 가격이 큰 폭으로 방향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도 레버리지 포지션은 빠르게 확대된 셈이다.

비트코인 8만달러 앞두고 되밀려…이더리움·솔라나 상대적 강세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0.16% 오른 7만7399.55달러에 거래됐다. 장중 흐름은 이날 시장의 혼란을 그대로 보여줬다. 비트코인은 CPI 발표를 앞두고 7만6040달러까지 급락한 뒤 곧바로 7만8000달러를 회복했다. 이후 매수세가 가속화되면서 7만9837달러까지 상승해 8만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7만8500달러 이상에서 가격을 유지하던 비트코인은 다시 매물이 출회되며 7만7300달러 부근까지 밀렸다. 장중 약 3800달러에 이르는 가격 범위를 오간 뒤 사실상 보합권으로 돌아온 것이다.

비트코인이 방향성을 확보하지 못한 사이 알트코인은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나타냈다. 이더리움(ETH)은 전일 대비 3.11% 오른 2543.34달러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2640달러 부근까지 상승하며 약 7개월 만의 높은 가격대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솔라나(SOL)는 2.79% 오른 102.82달러로 100달러선을 유지했다. 바이낸스코인(BNB)은 1.65% 상승한 726.71달러, 엑스알피(XRP)는 0.85% 오른 1.36달러를 기록했다. 하이퍼리퀴드(HYPE)는 0.75% 상승한 81.10달러, 도지코인(DOGE)은 0.56% 오른 0.08465달러에 거래됐다.

상위권에서는 지캐시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지캐시는 24시간 동안 4.60% 오른 1183.72달러를 기록했고 최근 7일 동안에는 14.14% 상승했다. 반면 트론(TRX)은 0.71% 하락한 0.3372달러를 기록하며 주요 종목 가운데 약세를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보다 이더리움과 솔라나 등 주요 알트코인의 상승 탄력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다만 코인마켓캡의 알트코인 시즌 지수는 38에 머물렀다. 개별 알트코인의 반등이 나타났지만 시장 전체가 본격적인 알트코인 중심 국면으로 전환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수준이다.

CPI 안도 직후 금리 인상 경계…’같은 지표를 다르게 본 시장’

이날 가격 급등락을 촉발한 핵심 변수는 미국의 8월 CPI였다. 헤드라인 CPI는 전월 대비 0.4% 상승했고 전년 동월 대비 3.4% 올라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연간 근원 CPI는 2.4%로 둔화되면서 장기적인 물가 안정 기대를 높였다.

디지털자산 시장은 발표 직후 이를 우호적인 신호로 받아들였다. 비트코인은 한 시간 동안 빠르게 상승하며 7만9000달러를 넘어섰고 이더리움도 장중 상승폭을 크게 확대했다.

하지만 금리시장은 다른 부분을 주목했다. 월간 근원 CPI가 0.3% 상승해 시장 예상치 0.2%를 웃돌았기 때문이다. 에너지와 주거비 영향을 제외한 서비스 물가의 강한 흐름이 확인되면서 미국 내부의 수요 압력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었다.

이에 따라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예측시장에서 82%까지 상승했고 다른 금리시장 집계에서는 약 85% 수준까지 높아졌다. CPI 발표 직후 나타난 위험자산 랠리가 오래 지속되지 못한 배경이다.

특히 직전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보다 강했던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비트코인은 앞서 7만8000달러대에서 1주일 저점인 7만6651달러까지 밀린 바 있다. CPI가 시장 예상 범위에 들어오며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투자자들은 연준의 긴축 재개 가능성까지 동시에 가격에 반영해야 했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그 충격이 더욱 컸다. 코인마켓캡 집계에서 디지털자산 전체 청산액이 9억7403만달러에 달했으며, 롱 청산 규모가 숏 청산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 CPI 직후 급등 과정에서는 하락을 예상한 숏 포지션이 강제 종료됐고 이후 가격이 빠르게 되밀리는 과정에서는 상승에 베팅했던 롱 포지션이 대규모로 청산된 것으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하루 동안 양방향 레버리지 투자자 모두 큰 손실을 입었다.

전문가들 “금리 부담 지속”…8만달러 안착 여부에 시선

전문가들은 이번 CPI가 연준의 긴축 부담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피터 시프 애널리스트는 이번 물가 결과가 금리 인상을 사실상 확실하게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9월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12월 두 번째 금리 인상 가능성도 74.2%까지 높아졌다며 초기 시장 반등이 오래가지 않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로빈 브룩스 이코노미스트 역시 미국 정부가 차입 비용의 상승을 억제하는 것을 주요 정책 목표로 두고 있다면 이번 CPI 결과가 연준의 금리 인상을 피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창업자는 X(옛 트위터)를 통해 단기 금리를 억제하려는 상황에서도 장기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주가가 상승하면 채권과 비교한 주식의 기대수익률 매력이 낮아져 증시 전반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환경은 비트코인에도 부담이다. 실질금리가 상승하거나 높은 금리가 장기간 유지될 경우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비트코인은 유동성 축소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연준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 긴축을 강화하면 시장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급락과 레버리지 청산이 반복될 가능성도 커진다.

테드 필로우스(@TedPillows) 시장 분석가는 비트코인의 일간 MACD가 계속 하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이날 반등 역시 강한 현물 수요에 의해 주도된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부담 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양호한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흐름을 동반하면서 주간 기준 8만달러 위에서 강하게 마감될 경우 8만5000달러까지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반면 현재 시장 구조만 놓고 보면 추가 상승보다 한 차례 조정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했다.

향후 시장의 첫 번째 분기점은 결국 비트코인 8만달러가 될 전망이다. 시장 분석에서는 비트코인이 거래량과 ETF 자금 유입을 동반해 8만달러 위에서 안착할 경우 8만2000달러와 8만4000~8만5000달러 구간까지 추가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대로 8만달러 돌파에 재차 실패하고 매도 압력이 확대될 경우 7만8000달러가 첫 번째 지지선으로 거론된다. 해당 가격대가 무너지면 장중 저점과 가까운 7만6000달러대가 다시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특히 현재는 가격 수준뿐 아니라 수급의 질이 중요해진 구간이다. 코인마켓캡 기준 ETF 자금이 3억3050만달러 순유출을 기록한 가운데 미결제약정은 12.07% 증가했다. 현물 매수보다 파생상품 레버리지가 빠르게 늘어난 상태에서 비트코인이 8만달러를 다시 시험할 경우 가격 움직임이 한층 거칠어질 수 있다.

따라서 시장의 단기 방향은 8만달러 돌파 자체보다 이를 현물과 ETF 수요가 얼마나 뒷받침하는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오는 연준의 금리 결정까지는 월간 물가 압력과 국채금리 그리고 ETF 흐름이 비트코인과 주요 알트코인의 변동성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코인마켓캡 탐욕·공포 지수는 69를 기록하며 ‘탐욕’ 수준을 나타냈다. 가격이 하루 동안 급격한 방향 전환을 반복했음에도 시장 전반의 심리는 여전히 위험선호 영역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