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고래’ 움직임이 시장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이 자산별로 극명하게 갈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1일(현지시각) 공개된 미국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연구진의 보고서에 따르면 고래 거래 알림(Whale Alert)은 비트코인 시장의 변동성을 급증시키는 반면, 이더리움 시장의 변동성은 오히려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은 변동성 급증, 이더리움은 변동성 압축

고래 거래 알림이 공개된 후 비트코인(BTC) 시장은 24시간 동안 변동성이 크게 증가했다. 비트코인 자체 고래 알림 발생 직후 15분 이내에 실현 변동성이 0.11 상승했으며, 6~9시간 시점에는 최대 0.22까지 확대된 후 24시간 이내에 해소됐다.

반면 이더리움(ETH)에서는 고래 알림 발생 이후 실현 변동성이 관측된 모든 시간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알림 발생 후 15분 동안 변동성이 최대 0.23 감소했고, 24시간에 걸쳐 0.67까지 하락했다.

연구진은 대규모 이더리움 이체 거래가 가격 동요를 유발하기보다 변동성이 안정되는 시기에 주로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추종 매매 여부가 가른 시장 반응 차이

연구진은 이러한 변동성 차이를 가른 핵심 요인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집단 추종 매매(Herd Behavior) 여부를 지목했다.

비트코인 시장에서는 고래 거래 알림이 뜨면 소형 및 중형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어 고래의 매수·매도 방향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경향을 강하게 나타냈다. 이러한 집단 추종 매매는 단기 거래량을 급증시키며 시장 변동성을 한층 증폭시켰다.

이와 달리 이더리움 생태계에서는 고래 알림 전후로 비고래 투자자들의 참여 구성 비율을 흔들림 없이 일정하게 유지했다. 소형 개인 투자자층에서 고래의 거래 방향을 무작정 따라 하는 반응이 거의 관측되지 않았으며, 온체인 대규모 거래 충격을 시장이 안정적으로 수용했다.

WBTC 알림, 비트코인 시장에 최대 충격 전달

특히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거래되는 랩 비트코인(WBTC) 고래 알림은 비트코인 현물 변동성에 가장 강력한 교차 자산 파급 효과를 전달했다. WBTC 고래 알림 발생 시 비트코인 변동성은 15분 만에 0.20 급증했으며, 6~9시간 시점에는 최대 0.33까지 급상승했다. 이는 비트코인 자체 고래 알림보다 약 2배에 달하는 파급력을 입증했다.

연구진은 탈중앙화 금융(DeFi) 생태계에서 활용되는 WBTC의 특성상 고도로 숙련된 기관 투자자와 전문 트레이더의 전략적 자금 이동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개인 투자자들이 WBTC 알림을 매우 정교한 정보 신호로 인식하면서 추종 매매를 더욱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머지(The Merge) 이후에도 이더리움의 구조적 안정성 지속

이더리움의 합의 알고리즘이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전환된 2022년 9월 ‘머지(The Merge)’ 이후에도 이러한 반응 패턴은 동일하게 지속했다. PoS 전환 전후 기간을 나누어 비교 분석한 결과, 고래 알림 이후의 비고래 투자자 행태와 변동성 감소 경향은 이전과 다름없이 그대로 유지했다.

이번 연구는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과 투자자 행태를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이 합의 알고리즘 기술 자체보다 자산의 성격과 온체인 생태계 구조에 있음을 명확히 입증했다.

연구진은 이더리움 생태계의 스마트 계약, 기관 간 이동, 레이어2 구조 등이 고래 알림에 따른 외부 충격을 효과적으로 완충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