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가 낡은 항공기를 효율이 높은 신형 기종으로 교체하며 운항 비용 절감에 속속 나서고 있다. 항공유 비용과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단 현대화가 연료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수익성을 제고하는 핵심 과제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은 보잉 737 시리즈를 비롯한 최신 기종을 도입하며 기단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항공기 구매는 큰 비용이 들지만 연료 효율과 정비 비용, 운항 안정성 등을 모두 고려하면 기단 교체가 장기적인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대한항공의 경우 최근 보잉과 B777-9 20대, B787-10 25대, B737-10 50대 등을 포함한 차세대 고효율 항공기 103대 구매 계약을 확정했다. 차세대 항공기를 도입함으로써 기단을 현대화하고 운항 효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항공기 도입은 노선 수요와 기존 기종의 운용 계획에 맞춰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한항공은 에어버스 A350-900을 도입, 지난해 1월 말부터 첫 운항에 들어가기도 했다. 중대형 항공기인 A350-900은 동급 기종보다 탄소를 적게 배출하고 연료 효율이 높은 친환경 고효율 기재로 꼽힌다. 에어버스 최초로 동체에 탄소복합소재를 50% 이상 적용, 기체 무게를 대폭 줄이고 내구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기단 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8~9월 보잉의 B737-8 4대를 추가 도입했고, 제주항공도 2023년부터 같은 기종을 순차적으로 도입해 왔다. 제주항공은 또 올해 8월 13호기를, 지난달 28일 14호기를 각각 구매 도입했다.
신형 항공기를 도입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연료 효율이다. 대한항공이 도입하는 B787-10의 경우 기존 항공기 동체를 만들 때 사용하는 알루미늄 합금 대신 탄소복합소재를 적용했다. 무게는 줄이고 내구성은 높임으로써 기존 동급 항공기보다 좌석당 연료 소모율이 20% 이상 개선됐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항공유의 주원료인 등유의 올해 상반기 평균 가격은 배럴당 140.8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85.65달러보다 64.4% 상승했다. 좌석당 연료 소모율을 개선하지 못하면, 고유가 속 항공사들의 기재 운용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물론 항공기 연식이 오래됐다고 연료를 반드시 더 쓰는 것은 아니다. 연료 소비량은 기종과 엔진 성능뿐 아니라 좌석 수, 탑재 중량, 운항 거리, 기상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기종이라도 운항 방식과 노선 특성에 따라 연료 소비량에 차이가 발생할 수는 있다.
그러나 연료 효율성과 항속거리 증가 외에도 부품 교체 주기가 길어져 유지·보수·정비(MRO)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신형 기재의 장점이다. 항공기는 운항 시간이 쌓일수록 정기 점검과 부품 교체 등 정비 관리가 중요해진다. 항공사들은 기체 전반의 상태와 MRO 비용, 잔존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기체의 운용 기간을 결정한다.
신형 항공기를 도입할 때는 구매 또는 리스에 따른 금전적 부담도 동반된다. 새 기재를 도입하더라도 초기 투자 비용이 연료 절감 효과보다 크다면 단기간에 수익성을 개선하기는 어렵다. 항공사들이 항공기 인도 일정과 노선 수요, 기존 기종의 퇴역 시점을 복합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보잉과 에어버스 등 주 제조사의 수주 잔고가 많이 남아 있는 시점이어서 각 사가 실제로 신규 기재를 도입하는 데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며 “빨라도 2030년대 초반까지는 기재 도입이 꾸준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