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고점 대비 40~50% 넘게 하락했지만 증권가에서는 오히려 내년 실적 전망치를 높이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와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맞물리면서 양사의 이익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0시43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1만2500원 내린 20만5500원에 거래 중이다.

SK하이닉스는 같은 시각 전일 대비 10만1000원 내린 129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날(4일) 종가 기준 올해 6월 고점(37만4500원) 대비 약 45% 내려온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준 삼성전자와 거의 비슷하게 약 45% 내렸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KB증권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영업이익으로 1110조5000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는 규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을 각각 128조원, 104조원으로 예상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539%, 441% 증가한 규모다.

두 회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232조원으로 지난해 코스피 전체 연간 영업이익 24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 핵심 동력으로는 HBM 경쟁력 회복과 메모리 가격 상승을 꼽았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올해 1분기 21%에서 2분기 33%, 3분기 40%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내년 HBM4 평균판매가격(ASP)도 전년 대비 150%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HBM4 공급계약 확대와 가격 상승이 메모리 사업 수익성을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했다. HBM 생산 확대에 따른 범용 D램 공급 축소도 메모리 가격 상승을 뒷받침할 요인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에 대한 전망도 밝다. iM증권은 지난 4일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230만원을 새롭게 제시했다. 내년 영업이익은 45조3000억원, 2028년에는 54조2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HBM 매출 확대에 주목했다. SK하이닉스의 HBM 매출은 올해 43조원에서 2028년 183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HBM 비중이 커질수록 고부가 메모리 중심의 수익구조가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고의영 iM증권 연구원은 “HBM 비중이 높아질수록 동사의 이익 변동성은 낮아질 것”이라며 “특히 cHBM으로 갈수록 고객별 수주생산 제품으로 현물시장과 유통 재고가 없고, 생산에 앞서 물량과 가격이 결정되는데 SK하이닉스는 이 전환이 업계에서 가장 선두권”이라고 짚었다.

증권가가 이번 반도체 호황을 과거와 다른 흐름으로 보는 이유는 HBM의 구조적인 공급 부족 때문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고성능 메모리로, AI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연산에 필수적으로 활용된다. 일반 D램보다 생산 공정이 복잡하고 생산능력도 많이 필요하다. HBM 생산이 늘어나면 범용 D램을 생산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KB증권은 글로벌 D램 생산능력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5년 18%에서 내년 30%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범용 D램 생산능력 비중은 같은 기간 82%에서 70%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HBM 생산 확대가 범용 D램 공급까지 제약하면서 2027~2028년 메모리 공급 부족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공급계약 확대도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전통적으로 공급 과잉이 발생하면 가격이 급락하고 실적이 악화하는 사이클을 반복했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면서 주요 고객사들이 안정적인 메모리 확보를 위해 장기 계약을 확대하고 있다.

KB증권은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장기공급계약을 통해 전체 생산능력의 70%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iM증권도 SK하이닉스의 HBM 경쟁력과 고객사 수주가 향후 실적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주가 반등을 낙관하기만은 어렵다. 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현재의 호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느냐다. 빅테크의 AI 투자가 둔화하거나 메모리 업체들의 증설이 본격화하면 HBM 수요와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꺾일 수 있기 때문이다.

iM증권은 SK하이닉스 주가가 지난 6월 고점에서 10월 저점까지 57%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과거 반도체 업황 하락기의 평균 낙폭인 51%를 넘어선 수준이다. 과거 8~13개월에 걸쳐 진행됐던 조정이 이번에는 약 4개월 만에 나타났다는 점도 주목했다.

iM증권은 시장이 2028년 이후 이익 감소 가능성을 지나치게 앞당겨 반영하고 있다고 봤다. 2028년에도 SK하이닉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47%에 달하는 등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내년 실적뿐 아니라 2028년 이후에도 이익 성장세가 이어질 수 있는지 여부다.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는 이유만으로 저가 매수 기회라고 단정하기보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와 HBM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 공급 부족 지속 가능성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