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까지 가파르게 늘어나던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대출이 9일 만에 1조6000억원 넘게 감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투자 등을 위해 빌렸던 돈을 갚는 개인이 늘어나면서 신용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 반면 기업대출은 같은 기간 3조6000억원 넘게 불어났다. 증시 변동성에 개인투자자들이 차입금 상환에 나선 반면 기업들은 운전자금 확보에 나서면서 대출 시장에서 자금 흐름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23일 기준 108조682억원으로 지난 14일보다 1조6424억원 감소했다. 이후 일부 다시 늘었지만 29일 기준으로도 5681억원 적은 수준이다.

월간 기준으로도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은 지난 14일까지 전월 말 대비 1조4803억원 증가했지만 지난 23일에는 증가분을 모두 반납하고 전월 말보다 1621억원 줄어들기도 했다. 29일 기준으로는 전월 말 대비 증가폭이 9122억원으로 중순보다 40%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은행권에서는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투자 등을 위해 빌린 신용대출을 상환한 영향으로 보고 있다. 이달 중순까지 주식 투자 자금 수요 등으로 신용대출이 빠르게 늘어났지만 이후 차입금을 갚는 움직임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월급날을 전후한 급여 입금 등 계절적 요인도 신용대출 잔액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대출이 급감하면서 전체 가계대출 잔액도 줄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 14일부터 23일까지 1조3156억원 감소했고, 29일 기준으로도 14일보다 3942억원 적다. 신용대출 감소폭이 전체 가계대출 감소폭보다 컸던 만큼 다른 가계대출에서는 일부 잔액 증가가 나타난 셈이다.

반면 기업대출은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 14일부터 23일까지 3조6303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이 1조6000억원 넘게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29일까지로 넓히면 증가폭은 6조3721억원으로 더 커졌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14일 이후 29일까지 대기업대출이 2조8147억원 증가했고 중소기업대출은 3조5574억원 늘었다. 기업대출 증가분의 약 56%가 중소기업대출에서 발생한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대기업의 한도성 대출 이용과 중소기업의 운전자금 확보 수요가 기업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중소기업대출에 포함되는 개인사업자대출은 같은 기간 568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일반 기업의 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개인사업자들의 차입 수요는 상대적으로 미미해 기업 규모와 유형에 따라서도 자금 흐름에 차이가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은 은행권이 기업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나타났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한국은행의 4분기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가계일반 -8, 대기업 -8, 중소기업 -19로 전망됐다. 지수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대출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은행이 완화하겠다는 은행보다 많다는 의미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가 상대적으로 더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럼에도 대기업의 대출수요지수는 3으로 전분기보다 낮아졌지만 플러스를 유지했다.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는 가운데서도 기업들의 자금 확보 수요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뜻이다. 가계에서는 투자 관련 차입금 상환이 나타나는 반면 기업에서는 운전자금 조달 수요가 지속되면서 은행권 대출 흐름의 차별화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