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2일 6500선이 무너진데 이어 13일에는 장중에 6000선까지 무너졌다.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도 국내 증시가 오히려 뒷걸음질 치면서 시장에서는 ‘수급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코스피가 10% 넘게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미국 S&P500은 약 2%, 나스닥종합지수는 약 4% 상승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8일 시장 기대를 웃도는 3분기 실적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는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중국 반도체의 추격이라는 악재 이전에 글로벌 자금 흐름과 국내 증시의 매수 여력 약화가 시장 약세의 근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자금이 미국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국민연금과 개인의 매물 부담이 크고, 그동안 시장을 받쳐왔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까지 마무리되면서 추가적인 매수 동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중동 전쟁과 프랑스 재정 문제, 미국 국채금리 등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특히 금리와 물가를 둘러싼 불안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도 역시 영향을 받고 있다.
인공지능(AI) 혁신에 대한 기대감과 매크로 불안이 엇갈린 환경에서 글로벌 투자 자금은 위험자산 안에서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하고 안정적인 시장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 중심에 미국 증시가 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자본시장으로 풍부한 유동성을 갖추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받더라도 시장 규모가 크고 투자자층이 두꺼워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여기에 AI를 중심으로 한 빅테크 기업들의 이익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성장주에 대한 투자 수요도 유지되고 있다.
반면 한국 증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형주가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수급에서 외국인 자금의 영향력이 크다.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낙폭이 커질 수 있는 구조다.
최근 시장 흐름이 이를 보여준다. 외국인은 삼성전자가 호실적을 발표한 지난 8일에도 국내 증시에서 2조원 이상 순매도했다. 최근 1개월간 누적 순매도 규모도 30조원을 넘었다.
과거 사례도 돌아볼 만하다. 1999년 닷컴버블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으로 돌아선 이후 코스피는 1999년 12월 말 고점을 찍고 본격적인 조정에 들어갔다. 반면 미국 S&P500은 2000년 3월 말까지 3개월 동안 약 20% 추가 상승했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긴축이 시작되더라도 글로벌 자금이 모든 위험자산에서 동시에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도 초과 수익을 노릴만한 시장과 자산으로 자금을 옮길 수 있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도 비슷한 자금 이동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외국인 자금이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코스피가 반등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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