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지급할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SK㈜ 지분 매각에 나선 가운데, 최 회장이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와 함께 뉴욕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 주목받고 있다.

지난 7월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선고 이후 두 사람이 공식 행사에 함께 모습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 ‘2026 Annual Gala’ 당시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국내외 주요 기업인들이 만찬 테이블에 자리한 모습이 담겼다.

테이블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자리했고, 이 회장 옆에는 최 회장과 김 이사가 나란히 앉았다. 김 이사는 한복을 입었고 최 회장은 검은색 턱시도에 나비넥타이를 착용했다.

이번 동석이 주목받는 것은 최 회장이 최근 재산분할금 마련을 위한 지분 매각 계획을 공개한 직후였기 때문이다.

SK㈜는 지난 2일 최대주주인 최 회장이 보통주 165만3924주(지분 2.3%)를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매각 규모는 약 9440억원으로,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단한 재산분할액과 같은 금액이다.

매각이 완료되면 최 회장의 SK㈜ 지분은 17.8%에서 15.5%로 낮아진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25.2%에서 22.9%로 줄어든다. 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으로는 최 회장 개인 지분이 23.9%에서 20.8%,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은 33.5%에서 30.5%로 각각 낮아진다.

최 회장의 최대주주 지위는 그대로 유지된다. SK 측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지분을 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거래는 오는 11월 2일부터 진행된다.

매각 물량 가운데 5440억원 규모는 전략적 투자자에게, 나머지 4000억원은 한국투자증권에 주가수익스왑(PRS) 방식으로 매각한다. 한국투자증권은 SK㈜ 주식 68만1431주를 약 4000억원에 취득하며, 향후 주가 변동에 따른 손익을 정산하는 구조다. 계약 기간은 3년이다.

최 회장은 이번 지분 매각과 별개로 재산분할 소송의 법적 절차는 계속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서울고법은 지난 7월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할 재산분할액을 9440억원으로 산정했다. 최 회장은 이에 불복해 지난 8월 재상고장을 제출했다.

이후 재산분할액 가운데 7000억원에 대해서는 다투지 않고 나머지 2440억원에 대해서만 대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취지의 상고취지 감축 신청서를 냈다.

이런 상황에서 최 회장은 뉴욕에서 김 이사와 함께 한미 경제·산업계 주요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행사는 젠슨 황 CEO가 AI와 반도체 산업 발전 및 한미 경제협력에 기여한 공로로 ‘2026 밴 플리트상’을 받은 자리이기도 했다.

이재용 회장은 황 CEO와 약 25년간 이어온 인연을 소개하며 삼성과 엔비디아가 AI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 역시 건배사를 통해 AI 분야에서의 한미 기술 협력을 강조했다.

특히 최 회장은 SK와 엔비디아의 관계를 두고 “엔비디아는 두뇌를 설계하고 SK는 기억을 만든다”고 표현하며 양사의 협력을 강조했다.

밴 플리트상은 한국전쟁 당시 미8군 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을 기려 제정된 상이다.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인물이나 기관에 수여된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2006년 이 상을 받았으며,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과 최 회장 역시 수상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