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주요 고객사와 진행 중인 내년도 HBM4 연간 공급 가격 협상에서 1기가비트(Gb)당 4달러대 중후반의 가격을 제시했다.
현재 주력 제품인 HBM3E 가격이 1Gb당 1.5달러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HBM은 일반 D램과 달리 주요 고객사와 이듬해 공급할 물량과 가격을 미리 협의하는 연간 단위 장기 계약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고객사는 필요한 HBM 물량을 사전에 확보하고 제조사는 이를 토대로 생산 계획을 세운다. 내년 주요 HBM 물량이 상당 부분 고객사와 협의가 끝난 상황에서, 가격 협상도 이달 중 마무리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가 가격을 대폭 높인 배경에는 HBM4 성능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삼성전자의 HBM4는 데이터 전송 속도 11.7Gbps를 안정적으로 확보했는데, 업계 최고 수준인 최대 13Gbps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경쟁사보다 높은 사양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즉각 가격 프리미엄으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HBM4는 HBM시장의 경쟁 방식이 '물량'에서 '품질'로 바뀌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HBM 경쟁에서는 엔비디아 등 핵심 고객사의 품질 인증을 통과해 공급망에 진입하고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HBM4부터 인공지능(AI) 가속기가 요구하는 메모리 성능이 한층 더 높아지면서 같은 세대 제품에서도 속도와 전력 효율 등 성능 차이가 가격을 가르는 요인으로 부상했다.
AI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확대로 HBM 수요는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공급은 여전히 제한적이란 점도 한몫했다. HBM4로의 세대교체까지 맞물리면서 삼성으로선 고성능 제품의 가격 프리미엄을 높일 수 있는 우호적 환경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HBM4 비중 확대와 공급 부족 등의 영향으로 내년 HBM 평균판매가격(ASP)이 올해보다 121%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크론 역시 최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HBM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동안 SK하이닉스가 HBM시장을 선도해온 가운데 삼성전자가 HBM4 공급을 확대하면서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