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바닥 위로 납작한 로봇 두 대가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두께 110㎜에 불과한 로봇이 차체 아래로 파고든다. 라이다 센서로 바퀴 위치를 찾아 네 바퀴를 들어 올리자 3t이 넘는 자동차가 바닥에서 통째로 떠오른다. 운전자가 핸들을 돌릴 필요도, 차 문을 열 공간을 남겨둘 필요도 없다. 로봇이 차를 싣고 빈 주차면까지 스스로 옮긴다.

현대위아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는 로보틱스의 대표 제품인 주차로봇이 차량을 옮기는 모습이다. 현대위아는 50여년간 공작기계와 엔진, 변속기, 등속조인트(CVJ) 등 자동차와 제조 현장에 필요한 기계·부품을 만들어왔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주차·물류로봇과 전기차 열관리 시스템 등 새로운 먹거리에도 뛰어들었다.

현대위아가 미래 성장 사업으로 내세운 두 축은 로보틱스와 열관리 시스템(TMS)이다. 제조·물류 현장에서 자동차와 부품을 직접 옮기는 로봇부터 배터리와 모터, 차량 실내의 온도를 관리하는 기술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977년부터 이어온 공작기계 사업을 매각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도 속도를 냈다.

현대위아가 새 먹거리로 점찍은 첫 번째 분야는 로보틱스다. 기존 모빌리티솔루션사업부를 로보틱스사업부로 개편한 데 이어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 박람회 CES 2026에서는 제조·물류 로봇 전문 브랜드 ‘H-Motion’(에이치 모션)을 처음 공개했다. 자율주행 물류로봇과 주차로봇, 무인지게차 등을 아우른다.

주차로봇은 H-Motion의 핵심 제품 중 하나다. 운전자가 직접 차량을 주차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승하차 공간이나 이동 통로를 줄일 수 있어 같은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여러 대의 로봇이 동시에 움직일 수 있도록 50대 이상을 제어하는 스마트 주차 관제 시스템도 자체 개발했다.

현대위아의 주차로봇은 이미 현장을 누비고 있다. 현대위아는 2021년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 주차로봇을 처음 공급했고 HMGICS가 가동을 시작한 2023년 11월부터 실제 운영을 시작했다. 이후 미국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HMMA)과 조지아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현대차 울산공장, 기아 광주공장 등으로 적용처를 넓혔다. 2024년에는 서울 성수동 로봇 친화형 빌딩 ‘팩토리얼 성수’에 도입하며 민간 건물에서도 상용화했다.

공장과 상업용 건물에서 운영 경험을 쌓은 뒤에는 주거 공간으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지난 7월 관련 규정이 개정되면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도 주차로봇을 설치할 수 있게 됐다. 현대위아는 현대차·현대건설과 경기 시흥 한 아파트에서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대건설이 재건축을 추진하는 서울 압구정 일부 구역에도 도입할 계획이다.

로보틱스 사업의 또 다른 핵심 제품은 공장 안에서 부품과 화물을 옮기는 물류로봇이다. 현대위아는 300㎏부터 1.5t까지 운반할 수 있는 다양한 물류로봇을 공급하고 있다.

물류로봇은 크게 AMR과 AGV로 나뉜다. AMR(자율주행 물류로봇)은 라이다 등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해 스스로 경로를 찾아 움직이고, AGV(무인운반차)는 바닥의 QR코드나 자석 등을 인식해 정해진 경로를 따라 이동한다. 싱가포르 HMGICS에는 AMR 55대, 미국 조지아 HMGMA에는 2023년 AGV 290대를 공급했다. 컨베이어와 리프트, 턴테이블 등 화물을 싣는 장치도 작업 환경에 맞춰 적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화물을 운반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상·하차까지 맡는 무인지게차를 개발했다. AMR이나 AGV가 공장 안에서 화물을 이동시키는 역할을 주로 한다면 무인지게차는 포크로 화물을 올려놓는 받침대인 팔레트를 들어 화물차에 직접 싣고 내리는 작업까지 수행한다. 라이다와 비전 센서로 팔레트를 스스로 인식해 최대 4t의 화물을 다룰 수 있다. 내년 5월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 처음 적용된다.

현대위아 로보틱스 사업의 목표는 개별 로봇 공급을 넘어 제조·물류 현장 전체를 자동화하는 것이다. 로봇과 공장 자동화 설비, 관제 소프트웨어에 AI와 디지털 트윈을 결합한 ‘AX(인공지능 전환) 팩토리’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2028년에는 로봇과 관제, AI, 디지털 트윈을 연계한 지능형 자율제조 운영 통합 플랫폼을 완성할 계획이다.

현대위아는 공장 자동화 설비를 포함한 로보틱스사업부 매출을 2028년 4000억원까지 키우고 2030년에는 현대차그룹 외부 고객사 매출 비중을 50%까지 높인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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