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찾은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하나금융그룹 청라헤드쿼터(신사옥)에선 직원들이 노트북 하나만 들고 원하는 자리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었다. 책상에는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선전화기도 없었다. 5세대(5G) 특화망이 구축돼 사옥 어디에서든 노트북만 있으면 내부망에 접속해 업무를 보고 전화도 걸고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5G 특화망은 기업이나 기관이 특정 공간에 따로 구축해 사용하는 전용 무선망이다. 금융사는 보안 등 문제로 업무용 PC로 내부망에 연결할 때 유선네트워크를 사용해왔다. 하나금융은 외부 통신망과 분리된 5G 특화망을 구축해 무선으로도 안전하게 업무망에 접속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에 금융권에선 고정 좌석에 유선 데스크톱을 두고 일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무실 풍경이지만, 하나금융이 금융권 최초로 신사옥에 구축한 ‘무선 오피스’는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자리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다른 부서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만나 의견을 나누고 협업할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한 것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청라헤드쿼터 업무 층별 전용 면적은 약 1100평으로 기존 명동사옥보다 3배가량 넓다”며 “부서와 본부, 관계사간 협업이 끊임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헤드쿼터에는 하나금융지주 전 직원과 하나은행·하나생명·하나증권 등 일부 부서 인력 2200명이 11월까지 순차적으로 이동한다. 통합데이터센터 직원까지 합쳐 10개 관계사, 4000여명의 직원이 청라에 모이게 된다.
청라헤드쿼터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엔 2017년 먼저 들어선 통합데이터센터가 있다. 하나금융이 금융과 정보기술(IT) 인력을 청라에 한데 모은 것은 인공지능(AI) 시대 금융서비스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금융과 IT 인력이 가까이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업하면서 업무효율을 높이고 새로운 금융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IT 인프라와 보안 역량을 한 곳에 집결해 외부 해킹 공격에 대한 대응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포석도 있다. 실제로 통합데이터센터의 보안관제센터에선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외부 해킹 공격을 24시간 모니터링한다. 국가 배후 해커조직 등의 공격 시도를 실시간으로 탐지해 차단하고 공격 패턴을 분석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갖췄다.
신사옥 건축물 자체도 연결과 협업의 의미를 담아 지었다. 지하 7층~지상 15층 규모의 청라헤드쿼터는 건물 외관을 곡선으로 디자인했고, 내부 공간도 곡선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직원 간 협업은 물론 그룹과 고객, 주주 등 구성원 간 연결을 상징한다.
자연채광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유리 천장을 적용했고 시간대에 따라 조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곳곳에는 직원들이 쉬거나 대화할 수 있는 휴게공간을 마련했다. 야외 테라스에서는 서해와 청라 일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하나금융은 이번 청라 이전을 단순한 본사 이전이 아니라 조직문화 자체를 바꾸는 계기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청라헤드쿼터 이전을 단순한 근무지 이동이 아니라 그룹의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를 혁신해 새로운 100년 역사를 향한 대도약의 기회로 삼고 있다”며 “넓고 열린 수평적 공간과 층간 소통을 촉진하는 공간, 자유로운 이동을 지원하는 디지털 인프라를 통해 관계사와 부서 간 협업을 강화하고 구성원 개개인의 자율성과 책임에 기반한 새로운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