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25일(현지시각) 뉴욕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주를 지배했던 ‘금리 상승·달러 강세’ 흐름이 일단 숨을 골랐다. 미국 국채금리는 전날 19년 만의 고점까지 치솟은 뒤 장중 변동성을 거쳐 하락했고 달러도 국제유가 하락과 단기 차익실현 영향으로 약세를 나타냈다. 달러 약세와 장기금리 하락은 금 가격을 지지했다. 달러-원 환율도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원화 강세가 두드러졌다.

다만 이날 움직임을 미국의 긴축 우려가 해소된 신호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주 3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한 데 이어 연준 인사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내면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금융시장 가격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0년물과 30년물 국채금리는 이번 주 각각 2007년과 2004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연준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3.75~4.00%로 25bp 인상했다.

10년물 5.167%…19년 만의 고점 찍은 뒤 숨 고르기

미 국채시장은 만기별로 엇갈렸다. 트레이딩뷰 기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167%로 전일 대비 4.1bp 하락했다. 장중 한때 5.22%를 웃돌았지만 이후 빠르게 내려오며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금리의 절대 수준은 여전히 높다. 최근 중동 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 그리고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장기물을 중심으로 강한 매도 압력을 만들었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10년물 국채금리 상승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지난 24일 종료된 주간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평균 7.03%까지 올라왔다.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도 채권시장에 부담을 줬다. 마이클 바 연준 이사는 물가를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 추가적인 정책 조정이 예상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여기에 유가 상승과 4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더해지면서 시장은 추가 금리 인상 위험을 반영해 왔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0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약 64~66% 수준까지 높아졌다.

파드레이그 가비 ING 미주 리서치 총괄과 벤저민 슈뢰더 ING 선임 금리 전략가는 현재 시장 가격에 상당한 수준의 금리 인상 우려와 인플레이션 위험이 이미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 정부의 부채 역학만 놓고 보면 국채금리가 계속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10년물 구간에서 스와프 스프레드가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지표 역시 연준의 고민을 키웠다. 8월 미국 내구재 주문은 시장이 예상했던 0.3% 감소보다 강한 결과를 나타냈다. 로이터가 전한 별도의 자본재 주문 지표에서도 기업 설비투자가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면서 AI 인프라 투자에 따른 미국 경제의 투자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났다.

달러인덱스 100.682로 0.22%↓…유가 하락에 4거래일 강세 제동

트레이딩뷰 기준 달러인덱스(DXY)는 100.682로 0.227포인트(0.22%) 하락했다. 장중 100.90선 위에서 출발한 지수는 지속적으로 밀리면서 한때 100.60선 부근까지 떨어졌다. 이후 일부 낙폭을 만회했지만 전일 종가 100.909를 회복하지 못했다.

로이터 집계에서도 달러인덱스는 장중 약 0.3% 떨어진 100.95 부근을 기록하며 약 3주 만에 가장 큰 일간 하락률을 향했다. 달러는 4거래일 연속 상승한 뒤 이날 방향을 틀었지만 주간 기준으로는 2주 연속 상승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았다.

달러 약세의 직접적인 배경 가운데 하나는 국제유가 하락이었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휴전 가능성이 공급 차질 우려를 일부 완화하면서 국제유가는 2% 넘게 떨어졌다. 다만 유가는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에너지 가격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유진 엡스타인 머니코프 트레이딩·구조화상품 총괄은 최근 며칠 동안 달러가 상당히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날 움직임을 본격적인 달러 약세 전환보다는 단기적인 숨 고르기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국채금리 자체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최근 달러 강세의 핵심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움직임도 컸다. 엔화는 달러 대비 1.06% 상승한 달러당 157.13엔을 기록하며 지난 7일 이후 가장 큰 하루 상승 폭을 향했다. 일본 당국이 엔화 약세에 대한 경계 수위를 높인 영향이다.

유로화는 0.15% 오른 1.1396달러를 기록했지만 주간 기준으로는 3주 연속 하락을 향했다. 파운드화는 0.23% 오른 1.3246달러를 기록했으나 전날 기록한 3개월 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달러-원 1355.23원으로 9.99원↓…달러 약세에 원화 반등

트레이딩뷰 기준 달러-원 환율은 1355.23원으로 전일 대비 9.99원(0.73%) 하락했다. 환율 하락은 달러 대비 원화 가치 상승을 의미한다.

장중 움직임을 보면 원화 강세의 폭이 더욱 분명했다. 달러-원 환율은 전일 1365.22원 부근에서 거래된 뒤 한때 1368원 가까이 상승했지만 이후 빠르게 방향을 바꿨다. 1360원선이 무너진 뒤 1350원대 중반까지 내려왔고 장중 한때 1352원 부근까지 저점을 낮췄다.

이후 일부 반등했지만 1355원 안팎에서 움직이면서 전일 대비 10원 가까운 하락 폭을 유지했다.

이날 원화 강세에는 달러인덱스 하락과 미국 장기금리의 장중 하락이 동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유가 하락도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무역 조건과 물가 부담 측면에서 원화에 우호적인 재료로 작용될 수 있다.

다만 달러인덱스가 주간 기준으로는 여전히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고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아진 만큼 이날 달러-원 환율 급락만으로 추세적인 달러 약세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금 4284.755달러로 0.20%↑…주간 기준으로는 2%대 하락

트레이딩뷰 기준 금 가격은 온스당 4284.755달러로 8.605달러(0.20%) 상승했다. 장중 가격은 상당한 변동성을 나타냈다. 한때 4310달러를 넘어섰지만 이후 급격히 밀리며 4260달러 아래까지 떨어졌다. 이후 다시 4290달러대로 올라선 뒤 장 후반 4280달러 중반에서 움직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금 선물은 0.5% 오른 4321.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일간 기준으로는 상승했지만 주간 성적은 부진했다. 현물 금은 이번 주 약 2.1% 하락하며 최근 5주 가운데 네 번째 주간 하락을 향했다.

핵심 부담은 역시 미국 국채금리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이기 때문에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금을 보유하는 기회비용이 커진다. 특히 10년물 금리가 19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상승하면서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보다 금리 상승의 부정적인 영향이 강하게 작용했다.

한 탄 바이비트 수석 시장분석가는 지속적인 국채금리 상승이 금을 최근 5주 가운데 네 번째 주간 하락으로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과 급등한 국채금리 그리고 매파적인 연준이 무수익 자산인 금에 동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은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안전자산 수요의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이번 국면에서는 높은 금리가 이를 상쇄하고 있다. 금 가격은 지난 2월27일 고점과 비교하면 약 19%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유가가 당일 방향 바꿨지만 긴축 우려는 여전…10월 연준이 다음 분수령

이날 뉴욕 금융시장의 흐름을 종합하면 국제유가 하락이 달러와 국채금리의 단기 상승세를 진정시키면서 금과 원화에 반등 여지를 제공한 하루로 정리된다.

그러나 시장의 중기적인 가격 결정 요인은 여전히 연준에 맞춰져 있다. 연준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해 3.75~4.00%로 올렸으며 이는 2023년 이후 첫 금리 인상이었다. 시장에서는 10월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10년물 국채금리가 5%대에서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가 달러와 금뿐 아니라 글로벌 위험자산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유가가 추가로 하락하면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 상승 압력을 동시에 낮출 수 있지만 중동 정세가 다시 악화돼 에너지 가격이 반등하면 반대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