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미국 뉴욕증시가 국채금리 급등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우려에 일제히 하락했다. 예상보다 강한 경제지표가 인플레이션 경계감을 다시 끌어올리면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전날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나스닥에서는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됐고, 금리에 민감한 중소형주도 큰 폭으로 밀렸다.
CNBC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8.61포인트(0.75%) 내린 7706.03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308.24포인트(1.13%) 하락한 2만6936.0을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352.10포인트(0.68%) 떨어진 5만1511.6에 마감됐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5.23포인트(1.82%) 하락한 281.98을 기록했다.
강한 경기지표가 악재로…10년물 국채금리 5.135%
이날 시장을 압박한 핵심 변수는 국채금리였다. 예상보다 강한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발표되면서 미국 경제의 견조한 흐름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에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국채시장에서 매도세가 강해졌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5.135%까지 치솟으며 2007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하루 금리 상승 폭도 지난해 4월7일 이후 가장 컸다. 통화정책 전망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 역시 장중 4.947%까지 올라 2024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장기 국채금리 상승은 주식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이는 요인이다. 특히 미래 이익에 대한 할인율 변화에 민감한 성장주에는 높은 금리가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날 나스닥이 장중과 종가 기준으로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금리 급등이 나타나자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물이 확대됐다.
기업 실적과 인플레이션 사이의 힘겨루기도 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매시모 산티키아 프로시온 미국 주식 책임자는 CNBC에 기업 실적은 강하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하고 있다며 물가 상승 압력이 원유뿐 아니라 서비스 부문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환경에서 연준의 금리 인하나 긴축 중단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마이클 바 연준 이사의 발언도 추가 긴축에 대한 경계감을 키웠다. 바 이사는 이날 경제 성장세가 강하고 노동시장도 견조한 반면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2% 목표를 웃돌고 있으며 목표를 향해 충분히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대한 위험이 증가한 반면 노동시장 위험은 줄었다며 물가를 적시에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 추가적인 정책 조정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인상했으며 바 이사도 해당 결정에 찬성했다. 바 이사는 경제 여건 변화에 대응한 조치였다고 평가하면서 자신의 기본 전망에서는 추가 정책 조정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금리선물 시장도 빠르게 반응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오는 10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가능성은 68%를 넘어섰다. 하루 전 55.4%에서 10%포인트 이상 뛰었고 한 달 전 8.8%와 비교하면 금리 전망이 급격하게 매파적으로 이동한 셈이다.
유틸리티·소비재·커뮤니케이션 약세…에너지는 상승
국채금리 상승 여파는 증시 전반으로 확산됐다. S&P500 11개 업종 가운데 9개 업종이 하락하면서 일부 대형 기술주에 국한되지 않은 폭넓은 매도세가 나타났다.
유틸리티 업종이 약 1.7% 떨어지며 가장 부진했다. 경기소비재는 약 1.5% 하락했고 커뮤니케이션서비스도 약 1.4% 밀렸다. 배당주 성격이 강한 유틸리티는 국채금리가 높아질 경우 채권 대비 투자 매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금리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반면 국제유가 상승과 맞물려 에너지 업종은 약 1.1% 오르며 이날 가장 강한 흐름을 보였다. 산업재도 약 0.2% 상승해 11개 업종 가운데 에너지와 함께 상승권을 지켰다.
특히 중소형주의 상대적인 약세가 두드러졌다. 높은 금리가 장기화될 경우 대형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자금조달 여건이 취약한 중소형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국제유가까지 상승…연준 추가 인상 경계감 확대
금리와 함께 국제유가 상승도 시장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했다.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약 3% 오른 배럴당 102달러 부근에서 거래됐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약 1% 상승한 배럴당 91달러 수준을 나타냈다.
원유시장에서는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상황도 주목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간 미국과 이란 당국자들이 약 3시간 동안 만났으며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란과의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국제유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유가 상승은 이미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른 인플레이션 문제와 맞물렸다. 원유 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경우 에너지 비용을 통해 물가에 추가적인 압력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부문의 물가 압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에너지 가격까지 오르면서 연준의 정책 전환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부담이 커졌다.
이날 시장 흐름은 강한 경제가 반드시 증시에 호재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견조한 경제 성장과 기업 실적은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경제의 강도가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경우 연준의 추가 긴축과 높은 국채금리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바 이사는 미국 경제가 지난 1년 반 동안 관세와 중동 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혼란과 인공지능(AI) 투자 수요 확대 등 여러 충격을 경험했으며, 이러한 요인이 가격 상승 압력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현재 강한 성장과 견조한 노동시장보다 목표치를 웃도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더 주의 깊게 살펴보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뉴욕증시의 초점도 사상 최고치 경신 자체보다 국채금리와 향후 통화정책 경로로 이동했다. 기업 실적의 견조함과 높은 금리라는 상반된 변수가 맞서는 가운데 향후 경제지표가 인플레이션 압력의 지속 여부를 어떻게 보여주는지가 증시의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