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함지현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안전하지 않은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기업에 반도체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AI 산업의 성장성과 투자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번 발언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자산 시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황 CEO는 영국 런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안전하지 않은 AI를 무책임하게 개발하는 고객에게 반도체 공급을 중단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정적인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실제 공급 중단에 앞서 해당 기업과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다른 기업의 경영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고객의 기술 활용 방식을 엔비디아가 일방적으로 판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황 CEO는 현재 AI 안전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입장도 내놨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장통에 가깝다는 것이다. 특히 AI 산업의 거품 논란에도 불구하고 관련 인프라 수요가 앞으로 수년간 공급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했다.

이번 발언은 미국 기술주와 디지털자산 시장이 AI 투자 위축 우려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나왔다.

14일 발표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해 시장 예상치인 3.6%를 웃돌았다. 이에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나스닥지수는 1.9% 하락했고, 반도체와 AI 관련 종목들이 매도 압력에 직면했다.

비트코인 역시 최근 AI 관련 기술주의 하락에 영향을 받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중국 창신메모리의 차세대 메모리 기술 발표와 AI 산업의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면서 비트코인은 한때 8만1000달러 아래로 밀렸다가 8만3000달러대로 회복했다.

엔비디아의 공급 중단 가능성이 비트코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비트코인 채굴에는 엔비디아의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아닌 전용 반도체(ASIC)가 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AI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기술주에서 위험자산 전반으로 매도세가 확산할 경우 비트코인과 주요 알트코인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기술주와 유사한 위험자산으로 취급하는 만큼, 기술주 회피 현상이 디지털자산에도 퍼질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한 비트코인 채굴기업들도 주목할 대상이다.

아이렌(IREN), 코어사이언티픽, 테라울프 등은 기존 채굴 인프라를 활용해 AI 및 고성능컴퓨팅(HPC)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실제로 AI 반도체 공급 기준을 강화한다면 이들 기업의 GPU 확보와 데이터센터 사업 확장에도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AI 관련 디지털자산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렌더(RENDER), 아카시(AKT), 비트텐서(TAO) 등 AI 연산과 탈중앙화 AI 인프라를 표방하는 프로젝트들은 AI 산업의 성장 기대와 투자심리에 민감할 수 있다.

반면 특정 기업의 반도체 공급 통제가 강화되면 탈중앙화 AI 인프라가 대안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들 네트워크 역시 GPU 공급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수혜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핵심은 엔비디아의 실제 후속 조치 여부다. 황 CEO의 발언은 가정적인 상황을 전제로 한 것으로, 현재 특정 기업에 대한 공급 중단이나 새로운 반도체 판매 제한 정책이 발표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발언 자체보다는 AI 산업을 둘러싼 규제 불확실성과 투자 위축 우려가 확대되는지가 디지털자산 시장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