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1박2일의 짧은 방한 기간 삼성 사장단 대상 강연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오찬 등 국내 주요 기업 경영진과의 만남을 이어갔다.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를 아우르는 협력 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글로벌 AI 인프라 경쟁에 필요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오픈AI가 최근 외부 투자 유치 목표액을 낮췄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막대한 AI 투자 재원을 확보해야 하는 올트먼 CEO가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에서 어떤 기회를 모색했는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방한한 올트먼 CEO는 이날 삼성전자 등 주요 관계사 사장단 50여명을 만난 데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오찬을 하는 등 국내 주요 기업 경영진과 연쇄 회동을 했다.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를 둘러싸고 국내 기업들과 협력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관측된다.

올트먼 CEO는 이날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삼성전자 등 주요 관계사 사장단 50여명과 ‘AI가 바꿀 다음 10년, 기업의 선택’을 주제로 간담회를 했다. 참석자들은 AI 기술의 발전 방향과 활용 가능성, 이에 따라 새롭게 형성될 시장과 사업 기회를 논의했다. AI가 기업의 의사결정과 조직 운영에 미칠 영향을 짚어보고, 새로운 경영 환경에서 경영진이 갖춰야 할 역량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전사적 AI 대전환(AX)을 추진하기 위한 사장단 교육의 일환으로 이번 간담회를 마련했다. 경영진의 AI 이해도를 높이고 미래 경영 전략을 모색하려는 취지다. 삼성은 지난 6월 사장단 대상 AI 집중교육을 실시한 데 이어 이날 생성형 AI 실습교육도 진행했다.

올트먼 CEO는 이 자리에서 전자·금융·바이오 분야 삼성 관계사 사장단에 ‘코덱스 마이크로 키보드’를 선물했다. 그는 “컴퓨터에 말로 지시하고 AI를 활용하는 세상에서는 키보드 전체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담았다”며 “실제로 코덱스를 더 빠르게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코덱스 마이크로’는 오픈AI가 키보드 전문업체 워크라우더와 함께 설계한 소형 입력 장치다. 일반적인 문자 입력보다 오픈AI의 코딩 에이전트 ‘코덱스’에 명령을 내리고 작업 상태를 확인하는 데 특화됐다. 전용 키와 다이얼, 조이스틱 등을 활용해 AI 작업을 제어할 수 있다.

이번 선물은 AI가 기존 컴퓨터 사용 방식과 업무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올트먼 CEO의 구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AI 모델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가 AI를 활용하는 방식까지 바꾸려는 오픈AI의 전략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올트먼 CEO는 간담회에서 단순히 AI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AI를 활용해 더 빠르게 움직이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 경쟁사보다 앞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트먼 CEO는 이어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태원 회장과 오찬을 했다. 이 자리에는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주요 임원들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기존 협력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 확대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픈AI와 국내 기업들의 협력은 AI 인프라 경쟁과 맞물려 있다. AI 모델의 성능을 높이고 서비스를 확대하려면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와 대규모 데이터센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AI 반도체 공급 기회를 넓힐 수 있고, SK텔레콤과 삼성SDS 등에는 데이터센터 구축과 기업용 AI 서비스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다만 이번 방한에서 구체적인 추가 계약이나 투자 계획이 발표되지는 않았다. 오픈AI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자금 조달과 함께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및 사업 파트너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회동이 향후 협력 확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현지시간) 오픈AI가 최근 외부 투자 유치 목표액을 기존 300억달러에서 200억달러로 낮췄다고 보도했다. AI 인프라 과잉 투자 우려로 기술주가 약세를 보이고 경쟁사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가 임박하면서 투자 유치 환경이 악화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AI 모델 학습과 서비스 운영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오픈AI로서는 투자금 확보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과의 전략적 협력을 확대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