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학교 기금이 사상 최고 수준의 연간 수익률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중심의 기술주로 인한 미국 주식 시장의 상승세와 우주 기업 스페이스X 등 기술 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VC) 투자덕분이다.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하버드대 기금이 최근 1년간 27.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작년 7월초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의 수익률을 계산한 것으로 총자산도 약 20% 증가한 680억달러(약 90조9430억원)으로 집계됐다.

FT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하버드의 반유대주의를 비난하며 연구 자금의 대폭 삭감과 세금 인상을 강행했다”며 “올해 수익으로 급여 지출을 줄이고, 채용을 동결해야 했던 타격을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분석했다.

하버드대 기금 운용을 담당하는 하버드매니지먼트컴퍼니(HMC)의 N.P. 나르브 나르베카르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탁월한 성과에 대해 벤처캐피털, 주식과 헤지펀드의 높은 수익덕분으로 보고 있다. HMC의 견조한 실적은 수년간 실망스러운 수익률을 기록했던 미국 주요 대학 기금이 전반적으로 반등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기금 협력 기술기업 인스티튜셔널 LPs의 필립 케이시 창립자는 “하버드의 적극적인 투자 전략이 올해 대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HMC의 사모펀드 보유분 중 벤처캐피털 투자는 최근 몇 년간 전체 수익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기금운용 측은 해당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려왔다. 사모펀드는 하버드 기금 포트폴리오의 46%를 차지하는데 5년 전 비중인 34%에서 증가한 것이다. 신생·고성장 기업에 적극 투자하는 벤처캐피털과 성장주에 대한 배분도 전년도 24%에서 올해 31%로 상승했다.

민간 기술 기업의 가치가 급등하면서 벤처캐피털 투자 전략이 성공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당국에 제출된 서류와 정통한 소식통 등에 따르면 HMC는 지난 6월 말 기준 스페이스X 주식을 약 22억달러(약 2조9420억원) 상당 보유하고 있다. 이는 HMC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상장 주식 보유로 상당한 투자 수익을 창출하는 데 기여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AI 기술 기업 가치가 치솟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의 지속 가능성에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나르베카르 CEO는 “AI 붐과 벤처 분야에 집중된 투자가 하버드의 아킬레스건일 수도 있다”며 “대성공을 거둔 한 해지만, 흐름이 바뀔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가 하버드의 재정 운용에 대해 큰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연방 연구 자금 삭감과 기금 투자 소득에 대한 세금을 급격히 인상했기 때문이다.

리투 칼라 하버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하버드 기금 투자 소득에 대한 연방 세율은 올해 7월 1일 1.4%에서 8%로 인상됐다. 이로 인한 연간 비용은 학생 재정 지원 지출의 거의 5분의 2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세금은 일반적으로 연간 3억달러(약 4012억원)의 비용이 발생하지만, 투자 수익이 유난히 높은 해에는 비용이 몇 배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르베카르 CEO는 “원래는 교육, 연구, 재정 지원 혹은 기부자들이 지정한 기타 목적을 지원했을 투자 수익의 상당 부분이 세금때문에 다른 용도로 전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금의 상당 부분이 기부자의 제한 조건 등에 묶여 있기 때문에 HMC의 높은 수익률이 대학의 재정적 압박을 완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