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병이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이 3년 만에 약 70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군 내 도박 징계도 늘면서 병사들의 채무와 도박 문제가 군 복무 중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현역병 대상 대부업 대출을 법으로 금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21일 금융감독원이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등록 상위 30개 대부업자 중 현역병을 구분한 27개 업체의 현역병 대출잔액은 2022년 말 3억4600만원에서 지난해 말 241억8800만원으로 약 70배 증가했다. 올해 6월 말에도 213억5400만원에 달했다.
반면 직업군인 대출잔액은 2022년 말 135억7200만원에서 지난해 말 158억2500만원으로 16.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체 군 장병 대부업 대출잔액에서 현역병이 차지하는 비중은 2.1%에서 54.5%로 급증했다.
한국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20~22세 남성 대부업 차주는 2023년 말 920명에서 2024년 말 3060명, 올해 8월 3750명으로 증가했다. 대출잔액도 2023년 말 52억원에서 올해 8월 234억원으로 확대됐다. 반면 같은 기간 해당 연령대 여성 차주는 870명에서 690명으로 감소했다.
병사들의 대부업 대출과 맞물려 군 내 도박 징계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각 군 법무실 자료에 따르면 해군·해병대 병사의 도박 징계 인원은 2023년 37명에서 지난해 74명으로 2배 늘었다. 이는 2021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육군에서도 도박으로 징계받은 병사 중 강등 처분을 받은 비중이 2021년 10%에서 지난해 24%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현역병들이 신용대출까지 받아 도박에 나선다고 보고 대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당초 지난 6월 대부업권의 표준업무방법서에 현역병 대출 금지 조항을 넣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으나, 금융위 인사 등과 맞물려 논의가 늦어지고 있다.
그간 대부업체들은 급여통장 사본만 확인하고 현역병에게 신용대출을 내줬다. 금융당국은 병사 급여가 복무 기간에 한시적으로 지급되는 소득이라는 점을 근거로 규제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해 안에는 표준업무방법서를 개정해 대부업권에 배포한 뒤 바로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는 권고 사항이라 이를 어기더라도 제재할 방안이 없다. 이에 이찬진 금감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현역병에 대한 대출을 아예 법으로 금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상혁 의원은 “또래들과 영내 생활을 하는 현역병들은 고위험 금융상품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금융당국이 군과 함께 현역병의 채무 현황을 파악하고 건강한 경제활동을 돕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