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상 처음 농지 전수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70세 이상 고령농 상당수가 노후 생계 불안으로 농지를 놓지 못하면서 ‘농지 세대교체’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교체가 계속 더뎌질 경우 한국 농업의 대형화·선진화 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실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도입된 ‘농지이양 은퇴직불제’에 참여한 고령농은 지난해까지 총 3792명이다. 이들이 매도하거나 장기 임대한 농지는 2년간 2394㏊로 집계됐다.
연평균 이양 면적은 1197㏊다. 지난해 국내 전체 농지 150만㏊와 비교하면 해마다 0.08%의 농지만 은퇴직불제를 통해 이양된 셈이다. 농지이양 은퇴직불제는 고령 농업인(65~84세)이 소유한 농지를 공사 또는 청년 농업인 등에게 이양하는 경우 매월 일정 금액의 보조금을 최대 10년간 지원하는 제도다.
상속·증여·민간 매매 등을 통한 농지 이전은 별도로 존재하지만 고령농의 은퇴와 후속 농업인의 영농을 정책적으로 연계하는 공식 통로의 규모가 극히 작다.
농지이양 은퇴직불제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턱없이 작은 은퇴직불금 규모가 꼽힌다. 고령농이 농지를 넘기고 영농에서 물러나는 조건으로 받는 은퇴직불금은 월평균 31만원에 그쳤다.
더욱이 고령화 속도는 이양 속도를 크게 앞질렀다. 2024년 농가인구 가운데 70세 이상은 39.2%로, 49세 이하 16.3%의 2.4배였다. 특히 80세 이상 비중은 2016년 7.9%에서 2024년 14.3%로 거의 두 배가 됐다. 같은 기간 39세 이하 비중은 19.1%에서 11.2%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고령농의 은퇴를 단순히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농업 생산 구조 개편의 출발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경호 농업제도정책연구원 원장은 “소규모 고령농이 안심하고 은퇴해야 농지가 전업농과 청년농에게 돌아가고, 농업의 규모화와 혁신도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직불금 확대 재원으로는 농어촌특별세를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장 원장은 “늘어난 농특세 재원을 활용해 고령농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