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중국에서 중소 은행을 중심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연간 기준 670개 은행이 문을 닫거나 대형 금융회사에 흡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침체와 지방정부 부채 문제가 지방은행의 건전성을 압박하면서 중국 금융당국이 취약 금융회사 정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중국의 은행 구조조정이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으로 확산할지 주목하고 있다. 과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은행권 위기가 발생했을 당시 비트코인이 급등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 본토에서는 디지털자산 거래가 금지돼 있어 중국 은행권과 비트코인 시장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中 은행 4년 새 23% 감소…지방은행 집중 구조조정
6일 비인크립토가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에서 최근 연간 기준 670개 은행이 사라졌다. 상당수는 폐업보다는 대형 금융회사로 흡수·합병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조정 대상은 주로 농촌 지역을 기반으로 영업하는 소형 은행이다. 피치는 이들 금융회사를 중국 금융시스템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분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중소 은행의 자산 건전성은 전체 은행권보다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치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올해 상반기 2.8%로 집계됐다. 중국 전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인 1.5%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문제는 대출의 상당 부분이 장기간 침체를 겪고 있는 부동산 개발업체와 지방정부 관련 사업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중국 지방정부는 도로와 주택 등 기반시설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지방정부융자기구를 활용해 왔다. 부동산 경기 둔화와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 악화가 이어지면서 이들에게 자금을 공급한 지방은행의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경기 둔화도 은행권에 부담을 주고 있다.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4.3%로 202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둔화했다. 지난 4월과 7월에는 신규 위안화 대출이 감소하기도 했다.
제이슨 베드퍼드 싱가포르국립대 선임 방문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 정도 규모의 은행 통합은 이전에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농촌 넘어 도시은행까지…우한 은행도 당국 관리
현재까지는 중국 지방은행 문제가 금융시스템 전체로 번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피치는 중소 은행들이 주로 지역 내에서 대출을 취급하고 다른 금융회사에서 조달하는 자금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아 금융회사 간 부실 전염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에는 금융권의 부담이 농촌 지역을 넘어 도시은행으로 확산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지난 7월 우한시 당국은 자산 약 1240억위안 규모의 Z뱅크를 인수해 관리에 들어갔다. 중국 당국이 이 같은 방식으로 은행을 관리한 것은 2019년 바오상은행 이후 처음이다.
중국 금융당국이 지방은행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도 예금자의 신뢰 훼손을 가장 경계하는 이유다.
캐런 우 크레디트사이츠 애널리스트는 “금융시장과 예금자의 신뢰에 혼란이 발생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며 중국 당국이 구조조정을 신중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에서는 과거에도 지방은행 문제가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진 사례가 있다.
2019년 바오상은행이 당국의 관리를 받게 되자 지역 금융회사의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했다. 2022년 허난성에서는 일부 농촌은행이 예금 인출을 중단하면서 예금자들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비트코인 영향은 제한적…금융시장 불안 확산 여부가 변수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는 중국 은행 구조조정이 비트코인 가격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은행권 불안과 비트코인의 관계가 주목받은 대표적인 사례는 2023년 미국 은행 위기다.
당시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한 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주가가 하루 만에 60% 넘게 급락하는 등 미국 지역은행을 중심으로 불안이 확산했다. 반면, 비트코인은 하루 기준 최대 10%가량 상승했다.
전통 금융회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은행 시스템과 독립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비트코인이 대안 자산으로 주목받았다는 분석이 당시 제기됐다.
중국 본토는 2021년부터 디지털자산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은행 역시 이전부터 디지털자산 관련 거래를 취급할 수 없었다. 중국 은행의 구조조정이 비트코인 시장에 직접적인 자금 유출입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제한적인 이유다.
향후 관건은 중국 지방은행 문제가 금융시스템 전반의 신용 불안으로 확산하는지 여부다. 금융회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위험자산 투자심리까지 위축될 경우 비트코인 역시 글로벌 유동성과 위험 선호 변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은행권에 대한 신뢰 훼손이 부각될 경우 비트코인의 탈중앙화 특성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도 있다. 과거 은행 위기 당시 비트코인이 상승했던 사례가 있지만 이를 근거로 이번에도 같은 가격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중국의 중소 은행 구조조정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무디스는 중국 금융당국이 취약한 지방 금융회사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추가적인 합병과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