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 사이트에서 ‘물품 대리 주문·결제 부업’을 시작했던 20대 여성 A씨가 6300만원이 넘는 사기 피해를 입었다. 초기 정상 입금으로 신뢰를 쌓은 뒤 대출을 유도해 판을 키우고 잠적하는 전형적인 변종 보이스피싱 수법이다.
A씨는 물품을 대신 주문하면 원금과 일정 수익금을 돌려주겠다는 제안에 속아 부업에 발을 들였다. 초기에는 약속대로 수익금이 정상 지급되며 신뢰가 형성됐다.
하지만 사기 조직의 본색은 곧 드러났다. 이들은 ‘고액 주문’ ‘팀 미션 수행’ ‘회원 등급 상향’ 등의 명목을 내세워 추가 결제를 잇달아 요구했다. A씨는 대출까지 받아가며 결제 금액을 계속 늘렸으나 피해 금액이 커지자 사기 조직은 돌연 환급을 중단하고 연락을 끊었다. 결국 A씨가 돌려받지 못한 돈은 총 6300만원에 달했다.
보이스피싱 수법이 단순히 돈을 송금·이체하도록 유도하는 기존 금융사기를 넘어 상품권 등 현금화가 쉬운 물품을 피해자가 직접 카드로 결제하도록 하는 사기가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70대 여성 B씨도 금융사 직원을 사칭한 사기범에게 “불법 카드매출을 취소하려면 재결제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총 323만원을 결제했다. 하지만 실제 결제처는 사기범이 안내한 보증보험사가 아닌 불법 가맹업체였다.
금융감독원은 온라인 카드매출을 취소할 때 별도의 재결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본인이 결제하지 않은 불법 매출이 발생하더라도 개인의 신용상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금융사 직원 등을 사칭해 “불법행위에 연루된 결제 내역을 취소해주겠다”거나 “신용상 불이익을 막아주겠다”며 평소와 다른 방식의 결제를 요구한다면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 이 경우 바로 통화를 종료하고 카드사 고객센터에 직접 연락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문제는 피해자가 사기범에게 속았더라도 본인이 정상적인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 직접 결제한 경우다. 이 같은 거래는 통상 카드사의 부정사용 보상 대상에 포함되기 어려워 피해금을 돌려받기가 쉽지 않다.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수수료 명목의 카드 결제를 요구하거나 랜덤채팅 등 온라인에서 만난 이성이 상품 구매나 카드 결제를 요구하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사기범이 피해자의 회원권이나 거래 관련 정보를 미리 파악한 뒤 접근하는 사례도 종종있다. 개인정보나 기존 거래 정보를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을 금융사 직원이나 정상적인 거래 관계자로 믿어서는 안 된다.
금감원은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카드사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의 보이스피싱 의심거래 탐지 기준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이상거래 탐지는 해킹이나 카드정보 탈취 등 제3자에 의한 부정결제를 걸러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앞으로는 금융사기에 속은 소비자가 본인 인증을 거쳐 직접 카드로 결제하는 경우까지 탐지 대상에 포함할 계획이다.
특히 70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보호장치를 강화한다. 고령자가 상품권 등 현금화가 쉬운 상품을 결제할 때 이상거래가 감지되면 곧바로 승인하지 않고 숙려 기회를 제공한 뒤, 거래의 진위를 확인해 결제를 승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카드깡 등 불법 가맹업체가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피해에 대해서는 금융사의 결제 처리과정에 대한 민원 조사도 강화한다.
실제 물품이 배송됐는지 등을 확인해 불법 가맹업체가 카드 결제 구조를 금융사기에 악용했는지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