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장이 열리자마자 코스피 5000선이 3분 만에 무너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틀째 급락하자 최근 한 달간 두 종목을 9조원 넘게 사들인 개인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전날 코스피가 5% 넘게 밀리는 와중에도 두 종목을 2조원 넘게 순매수한 개인들은 하루 만에 더 큰 낙폭을 마주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개장 직후 8% 넘게 급락하며 5000선을 내줬다. 장이 열린 지 약 3분 만에 주식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거래가 재개된 뒤에는 프로그램 매도호가의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코스콤 CHECK에 따르면 지난달 6일부터 지난 5일까지 개인은 삼성전자를 5조8323억원, SK하이닉스를 3조3601억원 순매수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국내 상장 종목 가운데 개인 순매수 1·2위다. 코스피가 5.28% 내린 전날에도 개인은 삼성전자 1조2277억원, SK하이닉스 890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연이은 급락에 온라인 증권 커뮤니티에선 반도체 업황과 추가 하락을 우려하는 성토가 빗발치고 있다.

개인투자자 A씨는 “신용위기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메모리 수익이 많이 감소한다는 게 더 무서운 뉴스 아닐까 싶다”며 “그 와중에 개미는 어제 오늘 계속 매수하고 있는 이 광적인 흐름이 더 무섭다”고 말했다.

투자자 B씨는 “이 정도면 반도체도 버블 아닌가. 실체가 있고 실적이 있는데 이렇게 떨어질 수가 있는거냐”라고 토로했다.

투자자 C씨는 “최근 하락세는 고작 시작에 불과할 것이란 주변 투자자 동료들의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 같아 지금이라도 손실을 무릅쓰고 손을 털어야 하나 고민된다”고 전했다.

반도체 대기업 직원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와중에 투자자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손실로 희비가 극명히 대립되는 상황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투자자 D씨는 “산업의 업황이 꺾이고 실적이 낮아지면 내가 투자를 잘못했구나 하겠는데, 반도체 투톱 직원들은 성과급 잔치를 하고 있는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정부와 기업의 방치, 헤지펀드의 일방 공격으로 폭락 쓰나미를 맞고 있는 상황이 열불난다”며 “완전히 디커플링된 상태라 참 억울하다. 투자자들만 죽는 장”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급락의 배경으로는 미국 중간선거 이후 불거진 인공지능(AI) 규제 우려와 뉴욕 기술주 급락이 꼽힌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블루웨이브’가 현실화하면서 AI 데이터센터의 인허가와 전력 비용 부담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 AI 투자 열기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AI 규제 강화 우려에 나스닥이 5% 넘게 급락하면서 디지털자산 시장의 투자심리도 함께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종합지수는 5.52% 급락한 2만4315.0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36% 내린 7353.73에 마감했다. 두 지수 모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로 충격을 받은 지난해 4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3.44% 떨어진 5만1523.06에 거래를 마쳤다.

증권가에선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와 비용 등이 향후 증시 반등을 이끌 주요인이란 평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투자 총량이 아닌 속도·입지·비용이 변수”라며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급락 시 비중을 확대하되 2027년 1월 기업들이 제시하는 실적 전망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