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젤 가격 갤런당 6달러대…농가·운송업계 비용 부담 확산
러시아, 즉시 30만톤 시작으로 최대 480만톤 디젤 공급 추진
젤렌스키 “푸틴에 주는 선물”…우크라이나 전쟁 제재 정책과 충돌 논란

[블록미디어 이혜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치솟는 디젤 가격을 낮추기 위해 러시아산 디젤에 대한 제재를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규모 공급에 합의하면서다.

미국에서는 디젤 가격이 갤런당 6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농업과 운송업계를 중심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에너지 가격이 정치적 부담으로 떠오르자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산 공급 확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각) 트루스소셜을 통해 푸틴 대통령과 디젤 공급 확대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계획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선 30만톤 이상의 디젤을 미국과 글로벌 시장에 즉시 공급한다. 이어 11월 50만톤, 이후 100만톤을 추가로 공급할 예정이다.

러시아 정유시설의 생산 상황에 따라 단기간 내 300만톤을 추가 공급할 가능성도 있다. 계획대로 모두 이행될 경우 공급 물량은 최대 480만톤에 달한다.

미국, 러시아산 디젤 거래 내년 4월까지 허용

미 재무부도 같은 날 러시아산 디젤 거래를 허용하는 임시 라이선스를 발급했다. 기존 대러시아 에너지 제재의 예외를 인정하는 조치로, 허용 기간은 2027년 4월까지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러시아의 에너지 수입을 제한해왔는데, 이번 조치로 러시아의 전쟁 자금원을 압박하면서 동시에 러시아산 연료 판매를 허용하는 상반된 정책을 시행하게 됐다.

최근 세계 디젤 시장의 공급 상황은 빠르게 악화됐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시설의 가동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러시아의 수출 여력이 줄었고 이란과 후티 반군의 공격도 중동 지역의 정유시설과 에너지 공급망에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디젤 시설 공격을 멈추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디젤 부족이 “세계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이유였다. 미국산 디젤 수출을 막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휘발유 가격까지 오를 수 있다는 업계의 경고에 무산됐다.

이번 주에는 행정명령을 통해 트럭 운전사들이 세금이 면제되는 비도로용 디젤을 일반 고속도로에서 쓰더라도 연방 차원의 즉각적인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러시아 전쟁 지속에 투자하는 것”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에게 주는 선물은 평화도, 문명 세계에 어떤 이익도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며 “러시아는 디젤의 대가를 더 많은 테러와 배신으로 갚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석유제품을 판매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끝내야 할 전쟁을 연장하는 데 투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제재를 완화하기보다 러시아와 상호 긴장 완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기에 앞서 러시아가 먼저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합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주요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도록 유도해온 미국의 기존 정책과도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겨울철을 앞두고 전력 인프라에 대한 공격 위험이 커지는 만큼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 방안에는 비교적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다만 양측이 상호 공격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공식 합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 중간선거 앞두고 에너지 가격 부담 커져

크렘린궁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약 90분간 통화했다. 당시 우크라이나 협상단은 미국 측 관계자들과 회담하기 위해 마이애미에 도착한 상태였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방안과 향후 협상 재개 가능성을 논의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회담 재개 시점을 검토하겠다는 수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디젤 공급을 비롯한 경제 협력과 이란 문제 해결 과정에서 러시아가 맡을 수 있는 역할도 논의됐다.

특히 디젤을 많이 사용하는 농가와 트럭 운전자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압박도 확대와 함께 당장 국내 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것이 주요 과제로 떠오른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