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말부터 꾸준히 증가세를 보인 가계 신용 규모가 올해 2분기에 2000조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향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한 부실 규모가 확대될 염려가 있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할 경우 전체 가계 부채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이자비용이 3조2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가계 부채의 두 축은 빚을 내 집을 사는 ‘영끌’과 빚을 내 주식 등에 투자하는 ‘빚투’다. 16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보험·상호금융 등 전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3년7개월간 125조원 급증했다. 2023년 10조1000억원 늘며 증가세로 전환한 후 2024년 41조6000억원, 2025년 38조원 증가했다. 올해 1~7월에는 이미 작년 연간 증감액과 유사한 35조3000억원이 불어났다.
은행권 가계대출의 상당수는 주택담보대출이다. 올해 전체 증가분인 35조3000억원의 78%인 27조6000억원이 주담대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도 주담대는 올 4월 5조5000억원, 5월 4조원, 6월 4조5000억원, 7월 3조5000억원 등 꾸준히 늘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8월 1~13일 가계대출 잔액도 7300억원 급증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관리 목표치를 기존 1.5%에서 3%로 두 배로 늘려 완화하고, 집단대출(중도금·잔금·이주비)은 별도 한도로 관리하기로 하면서 올해 가계대출 증가폭은 40조원을 넘을 것이 유력하다. 금융당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새로 더해지는 대출 여력만 약 30조원이다.
또 주식 상승에 빚투 수요도 늘고 있다.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이 포함된 기타대출 잔액은 4월엔 2조원이 감소했지만 5월엔 5조3000억원, 6월엔 3조8000억원, 7월엔 2조7000억원이 늘었다.
다만 은행권의 기타대출 조이기 방침에 이달 1일부터 13일까지 신용대출은 전월 대비 722억원 증가하는 데 그치고, 마이너스통장은 347억원 감소했다. 다만 아직 추세 자체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은행은 물가 급등에 대응하고 중장기적인 가계 부채 관리에 나서고자 오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 시장 안팎에서는 현재 기준금리가 2.75%에서 내년도 3.5%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단기적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될 수 있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차주나 대출 만기 연장을 앞둔 차주를 중심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규 취급액 기준 금융기관 가계대출 금리는 4.5%로 작년 말 4.35% 대비 0.15%포인트 상승했다. 또 1분기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은 0.40%로 1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거시경제 지표는 양호하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유지하거나 오히려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모수인 명목 GDP가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두 자릿수 성장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명목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88.6%로 1년 전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가계부채 리스크가 안심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정부와 금융당국의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로 금융위는 지난 13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주요국 대비 여전히 높고, 부동산 시장 자극 우려도 상당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한은도 지난 6월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가계대출 연체율이 장기 평균을 밑돌고 있지만, 상환 능력이 부족한 가계 취약 차주 비중(차주 수 기준)은 상승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