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미국의 8월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4일(현지시각) 글로벌 금융시장의 금리와 환율·금 가격이 일제히 흔들렸다. 고용시장 강세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자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했고 달러도 강세를 나타냈다. 반면 금은 무이자 자산의 상대적 매력이 약화되면서 장중 2% 넘게 급락했다.
다만 장 후반으로 갈수록 움직임은 다소 완화됐다. 달러지수는 고용보고서 직후 급등한 뒤 상승폭을 줄였고 금 역시 장중 저점에서 일부 회복했다. 시장의 시선이 다음 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고용 한 번만으로 9월 통화정책 방향을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경계도 동시에 작용했다.
트레이딩뷰 기준 미국 달러지수(DXY)는 이날 98.855로 전일 대비 0.142포인트(0.14%) 상승했다. 금 가격은 온스당 4430.520달러로 42.020달러(0.94%) 떨어졌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784%로 전일 4.772%보다 0.012%포인트 상승했다. 달러·원 환율은 1345.99원으로 9.89원(0.73%) 하락하며 원화 강세를 나타냈다.
8월 고용 16만2000명 증가…2년물 금리 2025년 1월 이후 최고
이날 시장을 움직인 핵심은 미국의 8월 고용보고서였다. 미국의 비농업 부문 고용은 16만2000명 증가해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 5만3000명을 크게 웃돌았다. 로이터 조사 예상치인 5만6000명도 크게 상회했다. 실업률은 예상과 같은 4.1%를 유지했다.
강한 고용은 곧바로 연준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끌어올렸다. CME 페드워치 기준 9월 0.25%포인트 금리 인상 확률은 약 58%로 높아졌다. 하루 전보다 약 9%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로이터가 인용한 금리 선물시장에서도 고용 발표 직후 인상 가능성이 50%에서 57%로 올라갔다.
채권시장의 반응은 특히 단기물에서 강했다. 연준의 정책금리 전망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4bp 이상 오른 4.377% 부근까지 상승하며 지난해 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10년물 국채금리도 상승했다. 트레이딩뷰 기준 10년물 금리는 4.784%로 전일 대비 0.012%포인트 올랐다. CNBC 집계에서는 장중 상승폭이 2bp를 넘었다.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대출 등 장기 시장금리의 기준 역할을 하는 10년물이 다시 4.8%에 접근하면서 금리 부담이 재차 부각됐다.
반면 30년물 국채금리는 5.244~5.245% 부근으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단기물 금리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오른 것은 이날 시장이 장기 성장 전망보다 당장 9월 FOMC에서 연준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크리스 럽키 FWDBOND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에너지 가격과 생활비 부담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예상보다 견조하다며 시장의 주요 위험은 연준이 경제 수요를 지나치게 강하다고 판단해 수주 내 금리를 올리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달러지수 98.855…고용 발표 직후 급등했다 상승폭 반납
외환시장에서도 고용 서프라이즈가 즉각 반영됐다. 달러지수는 고용 발표 직전 98.7선에서 움직이다 발표 직후 99선을 넘어 급등했다. 장중 한때 99.05 부근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상승폭을 빠르게 반납했고 최종적으로 98.855에 마감됐다. 전일 대비 상승률은 0.14%였다.
로이터가 고용 발표 직후 집계한 시점에는 달러지수가 99.17로 0.21% 상승했다. 이후 미국 시장이 노동절 연휴를 앞두고 거래를 줄인 데다 다음 주 물가지표를 확인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강세 폭이 축소된 것으로 풀이된다.
유로·달러 환율은 장중 1.1611달러로 0.12% 하락했고 달러·엔 환율은 156.19엔으로 0.26% 상승했다. 다만 엔화는 주간 기준으로는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를 반영하며 강세 흐름을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일본 기관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투자 일부를 일본 국채로 되돌릴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일본 국채금리가 높아질 경우 보험사와 연기금의 자금 회귀가 미국 국채와 달러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JP모건은 일본 연기금 자금의 본국 회귀와 일본은행 금리 인상 기대가 다소 과도하게 반영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약 16조~17조엔 규모로 추정되는 엔화 숏 포지션이 청산될 경우 달러·엔 환율이 142~146엔 구간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노엘 딕슨 스테이트스트리트 수석 매크로 전략가는 이날 고용 수치만으로 통화정책 전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결국 다음 주 핵심 물가지표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임금 상승률이 전년 대비 3.1%로 7월의 3.2%에서 둔화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2021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연준이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달러·원 1345.99원으로 하락…달러 강세에도 원화는 상대적 강세
달러가 주요 통화 대비 강세를 보였지만 원화 흐름은 달랐다. 트레이딩뷰 기준 달러·원 환율은 1345.99원으로 전일 대비 9.89원(0.73%) 하락했다. 환율 하락은 원화 가치 상승을 의미한다.
장중 흐름을 보면 달러·원 환율은 전일 1355.88원 부근에서 출발한 뒤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한때 1358원 부근까지 올라갔지만 이후 방향을 틀어 1350원 아래로 내려왔고 미국 고용 발표를 전후해서도 변동성이 확대됐다. 장 후반에는 일시적으로 1350원 부근까지 튀어 올랐지만 다시 1345원대로 밀렸다.
최근 원화 강세 배경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가 직전까지 약화됐던 점과 함께 한국의 견조한 대외수지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의 7월 경상수지는 420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월간 기준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를 나타냈고 7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였다. 반도체 중심의 상품 수출이 대규모 흑자를 뒷받침했다.
앞서 달러·원 환율이 1355원 부근까지 내려왔을 당시에도 2025년 7월 이후 가장 강한 원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1345.99원까지 추가 하락하면서 원화 강세 흐름이 한층 강화된 셈이다.
다만 향후 환율 방향에는 변수가 남아 있다. 미국의 반도체 관세 정책이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에 영향을 줄 경우 무역수지와 원화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동시에 미국 물가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 높아지면 달러가 다시 상승하면서 달러·원 환율에도 반등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금 4430.520달러로 0.94%↓…장중 4365달러까지 급락
금 시장은 고용지표 충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했다. 트레이딩뷰의 금 가격은 온스당 4430.520달러로 전일 대비 42.020달러(0.94%) 하락했다.
장중 변동성은 종가보다 훨씬 컸다. 금 가격은 고용보고서 발표 전까지 4460~4470달러대를 오갔지만 발표 직후 수직으로 하락해 4380달러 부근까지 밀렸다. 이후 4440달러선까지 회복됐으나 장 후반 다시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로이터 기준 12월 인도분 미국 금 선물도 1.4% 떨어진 4476.60달러에 결제됐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이기 때문에 시장금리가 상승할수록 보유 기회비용이 높아진다. 여기에 달러까지 강세를 보이면 달러로 거래되는 금 가격은 다른 통화 보유자에게 상대적으로 비싸져 수요에 추가 부담을 받을 수 있다. 이날 강한 고용지표가 ‘국채금리 상승→달러 강세→금 약세’로 이어진 이유다.
타이 웡 독립 시장분석가는 강한 고용보고서가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며 다음 주 CPI가 약하게 나오지 않는 한 금에는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 탄 바이비트 수석 시장분석가도 이번 고용보고서가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잭슨홀 매파 발언에 이어 연준이 이르면 9월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는 여지를 더욱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연준이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다음 주 CPI 결과가 금 가격에 더 큰 변동을 촉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 시선은 다시 물가로…CPI가 9월 FOMC 마지막 분기점
결국 이날 채권과 달러·금 시장을 관통한 핵심은 ‘강한 고용이 연준의 긴축 여지를 얼마나 확대했느냐’였다. 고용 증가가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상승했고 달러가 강해진 반면 금은 급락했다.
하지만 장 후반 가격 움직임은 시장이 아직 9월 금리 인상을 확정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다는 점도 보여줬다. 달러지수는 고용 발표 직후의 급등분을 상당 부분 반납했고 금 역시 장중 저점에서 회복했다. 임금 상승률이 둔화된 점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높아질 것이라는 해석을 일부 완화했다.
연준은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이에 앞서 다음 주 생산자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가 차례로 발표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근원 CPI 상승률이 7월 2.5%에서 8월 2.4%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8월 고용보고서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여 놓은 상황에서 다음 주 물가까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올 경우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에는 추가 상승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반대로 물가 둔화가 분명하게 확인될 경우 이날 확대된 금리 인상 기대가 다시 후퇴하면서 채권금리와 달러가 내려가고 금이 반등할 여지가 생긴다.
9월 FOMC를 불과 열흘가량 앞둔 만큼 시장은 이제 고용보다 물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의 가격 움직임은 강한 고용이 첫 번째 충격이었다면 다음 주 인플레이션 지표가 미국 금리와 달러·원화·금의 방향을 결정할 마지막 핵심 변수라는 점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