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서학개미들이 초단기 미국 국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금리 변동에 민감한 레버리지 상품에서는 대규모 자금을 빼는 대신 만기가 짧아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 위험이 낮은 국채 상장지수펀드(ETF)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모습이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 8월 28일부터 9월 3일까지 만기 3개월 이하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0-3개월 미 국채 ETF(SGOV)’를 9296만달러(약 1254억원)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 상장 종목 가운데 순매수 1위다. 알파벳(5573만달러), 메타(5525만달러)는 물론 미국 S&P500지수를 추종하는 ‘뱅가드 S&P500 ETF’(5225만달러)보다 많은 돈이 몰렸다.

SGOV는 지난달 초인 8월 3~10일만 해도 서학개미 순매수 21위에 머물렀으나 최근 들어 매수세가 가파르게 유입되며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SGOV는 만기가 3개월 이하인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이른바 ‘파킹형 ETF’다. 만기가 짧아 장기채보다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변화가 상대적으로 작고, 이자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이 주가와 금리 변동성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초단기 국채로 자금을 옮긴 것으로 해석된다. 일반적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거나 금리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면 단기채 선호가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서학개미들은 같은 기간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하루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SOXL)’를 11억560만달러(약 1조4920억원) 순매도했다. 미국 증시 상장 종목 가운데 가장 큰 순매도 규모다.

해외 직접투자에서는 안전자산 선호가 두드러진 반면 국내 상장 ETF 시장에서는 미국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자금이 몰렸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자금 유입이 가장 많았던 국내 ETF는 ‘TIGER 미국S&P500’으로 1551억원이 들어왔다. ‘KODEX 미국S&P500’이 109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TIGER 미국나스닥100’에는 455억원, ‘RISE 미국나스닥100’에는 358억원, ‘RISE S&P500’에는 319억원이 각각 유입되며 자금 유입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증시 주변 자금은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증시 대기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3일 기준 97조761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일 102조2672억원으로 6거래일 만에 100조원을 회복했으나 하루 만에 다시 100조원 아래로 내려왔다.

반면 ‘빚투’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3조5420억원으로 3거래일 연속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