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병동 시술은 오전에 들어가 오후면 퇴원하는 게 보통입니다. 그런데 시술 부위가 아프거나 붓기가 가라앉지 않으면 병원에서 하룻밤 더 머물다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분명히 병실 침대에 누워 밤을 보냈는데, 정작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는 이를 ‘입원’이 아니라 ‘통원’으로 봅니다.

최근 대법원이 하지정맥류 시술에 대해서도 같은 판단을 내리면서 이 문제는 더 이상 개별 시술의 예외가 아니라 낮병동 시술 전반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A씨는 2010년 7월 실손의료비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질병으로 입원하면 최대 5000만원까지 치료비를 보장받는 상품이었습니다. 2023년 3월 21일 A씨는 하지정맥류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습니다. 오후 3시 13분부터 35분간 한쪽 다리 시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시술 부위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 병원에 남았고, 다음 날 새벽 나머지 시술을 받은 뒤에야 퇴원했습니다. 병원에 머문 시간은 하루가 조금 넘었습니다.

A씨는 이를 ‘입원’으로 보고 보험사에 입원의료비를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보험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하지정맥류 시술은 통상 몇 시간이면 끝나고 당일 귀가가 가능한 시술이며, 시술 후 통증으로 하루 더 머문 사정만으로는 계속적인 관찰과 치료가 필요한 입원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며 먼저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의 판단도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약관상 입원은 의사가 진료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로, 스스로 안정을 취하기 어려워 병원에 머무르며 계속적인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를 뜻한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A씨가 받은 시술은 통상 하루 안에 마칠 수 있는 낮병동 시술의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A씨의 항소는 서울고등법원에서 올해 2월 기각됐고 대법원도 6월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하면서 판단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이번 판결은 하지정맥류 시술 하나에 그치는 문제가 아닙니다. 앞서 백내장 다초점렌즈 삽입술을 통원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온 뒤, 척추신경성형술이나 무릎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 같은 시술 전반에서 보험사들은 입원이 아닌 통원으로 실손의료비를 지급해 왔습니다. 소송에서 소비자가 이기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약관상 통원에 해당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이번 하지정맥류 판결로 그 흐름은 한층 굳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모든 사례가 똑같이 판단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술 후 출혈이나 감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생겨 실제로 지속적인 관찰과 치료가 필요했던 경우라면 개별 사정에 따라 입원으로 인정될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대법원 판단으로 그 인정의 문턱은 이전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한세영 법무법인 한앤율 변호사는 “시술 후 하루 이틀 병원에 머물렀다고 해서 곧바로 입원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이번 판결로 다시 한 번 확인됐다”며 “관건은 병원에 머문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찰과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상태였는지 여부”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술 후 부작용이나 합병증으로 실제 입원치료에 준하는 처치를 받았다면 사정이 다를 수 있다”며 진료 기록을 통해 그 부분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것을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