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운업계가 전방위 운임 강세에 힘입어 3분기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말 소비 성수기 물동량 증가에 더해 올해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 파나마 운하 가뭄과 중국발 태풍까지 겹친 영향이다. 선종을 가리지 않고 운임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해운사는 웃지만 화주인 수출기업들은 물류비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3662.18로 7주 연속 상승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2024년 홍해 사태(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 당시 기록한 최고점(3733.8)에 근접한 수치다.

SCFI 급등은 연말을 앞두고 물동량이 급증한 가운데 파나마 운하 가뭄에 따른 통항 제약과 태풍 ‘사우델’로 인해 상하이 ·닝보 등 중국 주요 항만이 마비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동아시아(중국·한국 등)~미주 서안 노선 운임은 1FEU(40피트 컨테이너)당 7242달러로 전주 대비 4.35% 올랐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글로벌 항만 접안 대기 선복량은 431만TEU(20피트 컨테이너)로 팬데믹 당시 최고 수준을 넘어섰다.

유조선 시장에선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이 장기화되며 중동~중국 항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하루 운임이 최대 80만달러(약 10억8400만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건스탠리는 VLCC의 2년 장기 용선료가 20~30%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건화물선(벌크선) 시장도 대형선을 중심으로 오름세다. 발틱건화물운임지수(BDI)는 지난 4일 기준 3628로 전주(3186)보다 442포인트(13.9%) 상승했다. 철광석·석탄을 실어나르는 케이프사이즈(대형선) 운임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이처럼 선종을 가리지 않는 운임 강세는 국내 선사 실적 눈높이도 끌어올리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2968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6015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벌크선이 주력인 팬오션의 영업익도 1252억원에서 1768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업계는 이번 호황을 ‘불안한 단기 호황’으로 보고 있다. 2023~2027년 사이 급증한 신규 선박 발주 물량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인도되고 있어 언제든 공급과잉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컨테이너선 신조 인도량은 2027년 265만TEU, 2028년 340만TEU에 달할 전망이다. 여기에 홍해·수에즈 운하가 정상화되면 선복 공급과잉 부담은 한층 커진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등 외부 변수 덕에 운임이 급등한 것은 사실이지만 2027년 이후 선복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올해 이후에도 호황이 계속될지는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해운운임 강세에 화주인 수출기업들의 물류비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석유화학, 식품·농수산물 등 물류비 비중이 높은 업종 위주로 부담이 크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상반기 유가 변동에 따른 수출 물류 애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수출 제조기업 219개사 가운데 83.1%(182개사)가 상반기 최대 물류 애로로 ‘운임 상승’을 꼽았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은 선사와의 장기계약으로 일부 방어가 가능하지만, 스폿(단기) 계약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은 운임 변동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다. 같은 설문에서 응답 기업의 32.9%는 비용 상승분을 전혀 가격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업계와 지자체도 대응에 나섰다. 무역협회는 삼성SDS와 협력해 해상·항공 운임 할인을 지원하고, 전주시 등 일부 지자체는 수출 중소기업에 대해 해상·내륙운송비의 70%를 업체당 최대 5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물류비 부담 확산 속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제때 물건을 배에 싣지 못해 수출 계약이 지연·파기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한재완 무역협회 물류서비스실장은 “선사들이 ‘불가항력적인 사유’를 근거로 이미 예약된 선복을 임의로 취소하는 사례가 최근 늘고 있다”며 “수출 일정에 맞춰 선적하지 못한 화물의 창고 보관비까지 추가로 발생하는 등 복합적인 애로가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