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보험 소비자 편익을 높이기 위해 보험사들의 과도한 특약·담보 ‘쪼개기’ 경쟁에 제동을 건다. 그동안 하나의 보험상품에 수많은 특약이 혼재하면서 소비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보장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앞으로 보험금 지급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특약의 개발이 제한되면 소비자의 상품 선택 편의성이 높아지고, 특약 끼워 팔기 등 불완전판매를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26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보험사들이 보험상품을 개발할 때 적용하는 위험률 최저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달 초·중순 보험업계 의견 수렴을 마쳤으며, 업계 건의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내년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신의료기술 도입 등 신규 담보 개발의 필요성이 특별히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외를 허용할 방침이다.

위험률은 특정 질병 등 보험사고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확률을 뜻한다. 보험사들은 과거 질병 발생 통계 등을 토대로 위험률을 산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험료와 보장 조건 등을 설계한다.

금융당국은 질병보험의 위험률 최저 기준을 기존 100만분의 1에서 10만분의 1로 10배 높이기로 했다. 위험률 충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도 강화한다. 연령별 위험률을 낮은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하위 25% 지점의 위험률이 최저 기준을 충족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특정 질병이나 수술·치료 행위를 세분화한 특약을 경쟁적으로 출시해 왔다. 암 진단비·수술비 외에도 항암약물치료비, 표적항암약물치료비, 면역항암약물치료비, 양성자·중입자 방사선치료비 등 치료 방식에 따라 별도의 특약을 판매하는 암보험이 대표적이다. 특약마다 명칭과 보험금 지급 조건이 달라 소비자가 실제 보장 범위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보험 관련 소비자 민원도 증가세다. 올해 상반기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합산한 보험업권 소비자 민원은 3만9963건으로, 전년 동기 2만8137건보다 42% 급증했다.

제도가 개선되면 발생 가능성이 극히 낮은 질병이나 치료 행위를 별도 특약으로 개발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소비자는 보장 범위가 제한적인 특약에 가입할 가능성을 줄이고, 보험상품 간 보장 내용을 비교하거나 자신에게 필요한 보장을 선택하기도 쉬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가입 과정에서 유사한 특약을 여러 개 권유하는 행태를 억제해 불완전판매를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