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2일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금리 동결의 명분으로 ‘2차례의 금리 인상을 통해 정책 공간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두번의 금리 인상을 통해 시간을 조금 벌었다는 얘기다. 국내외 경제를 보면 금리를 올려야 할 이유는 줄어들지 않았다. 기준금리를 세번 연속 올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금리 동결 이유다. 다만 이번 금통위에서 신 총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시 변수가 어떤 것인지 윤곽이 드러났다. 향후 통화정책에도 이런 변수들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거시경제 환경은 금리 인상을 향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종전 예상치 3.3%와 2.9%에서 상당폭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경기 호조로 수출과 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소비 회복세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물가는 상당기간 목표치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유가 상승과 경기 호전에 따른 수요확대 등이 모두 물가를 올리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7%, 내년도는 2%대 중후반으로 예상했다. 성장률과 물가가 모두 오르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교과서적인 방법이다.

이 때문에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한국은행은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를 포함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시중의 자금을 흡수하는 쪽의 정책들이 우선시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금리 인상 속도는 조절이 필요하다. 7월이후 2번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빠른 속도로 올라 많은 가계부채에 짓눌린 자영업자와 서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한은을 비롯한 정부 차원에서도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 대외적인 여건도 불확실하다. 무엇보다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세계 경제가 출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이란과 우크라이나 전쟁, 프랑스에서 불거진 유럽발 재정위기 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이 어렵다. 이런 불확실성도 10월 기준금리를 동결하게 만든 요인들이다.

신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통화정책에서의 환율의 중요성을 유독 강조했다. 신 총재가 취임했을 당시인 5월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훌쩍 넘었다. 정부 일각에서는 ‘고환율이 뉴노멀’이라며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신 총재는 취임때부터 우리 환율의 수준이 과도하게 높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금통위는 이후 기준금리를 2회 연속 올렸고 환율은 10월22일 현재 1320원대까지 떨어졌다. 5개월만에 환율이 200원 이상 하락했다. 이 기간중 미국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달러 환율의 하락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신 총재는 이날 “초여름의 고환율은 예외의 경우”라며 “그 때 상황은 비정상적”이라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이어 “환율은 교역을 중개하는 가격변수이지만 그 이상으로 경제에 대한 신뢰를 상징하는 중요한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통화가치 안정을 추구하는 중앙은행으로서 시장의 중심을 잡고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어느 한국은행 총재보다 환율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신 총재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실효환율지수를 근거로 들어 1320원대의 환율 수준도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달러당 원화값이 저평가된 상태라고 밝혔다. 수출대기업들이 최근 환율이 급격히 올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신 총재는 향후 명목 환율 레벨은 지금 보다 더 낮아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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