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글로벌 도시경쟁력 순위가 1년 새 23계단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고령화로 성장과 고용 전망이 어두워지며 경제 부문 순위가 급격히 내려간 탓이다.
31일 영국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이코노믹스(OE)가 지난달 발표한 ‘2026 글로벌 도시지수(GCI)’에 따르면 서울은 전 세계 1000개 도시 가운데 도시 순위가 38위에 그쳤다. 지난해 15위에서 23계단 하락했다.
GCI는 OE가 세계 1000대 도시를 경제(30%), 인적자본(25%), 삶의 질(25%), 환경(10%), 거버넌스(10%) 등 5개 부문으로 평가해 순위를 매기는 지수다. 행정구역이 아니라 통근권을 포함한 ‘기능도시권(FUA)’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 때문에 서울에는 인천·수원 등 수도권 지역이 포함된다.
1위 자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뉴욕이 차지했다. 런던과 파리가 각각 2·3위로 뒤를 이었다. 이어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더블린, 보스턴, 새너제이, 도쿄, 취리히가 10위권에 들었다. 상위 10개 도시 가운데 미국 도시가 5곳이었고, 아시아에서는 도쿄가 유일했다. 서울은 시드니(13위), 멜버른(16위), 싱가포르(29위), 텔아비브(34위), 브리즈번(36위)보다도 뒤처졌다. 지난해 60위였던 타이베이는 48위로 올라섰다.
서울의 순위를 끌어내린 건 가중치가 가장 큰 경제 부문이었다. 서울의 경제 부문 순위는 지난해 18위에서 올해 62위로 44계단 떨어졌다. 경제 부문은 GDP 규모, 1인당 GDP, 경제 안정성, 산업 다양성 등 7개 지표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GDP 성장률·고용 증가율·인구 증가율 3개는 ‘향후 5년 전망치’를 반영한다. 현재 경제 규모보다 미래 성장성에 무게를 두는 구조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빠른 서울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OE는 보고서에서 서울을 “수십 년간의 눈부신 경제성장에 힘입어 1000개 도시 중 여섯 번째로 큰 GDP를 보유한 도시”라고 평가했다. 탄탄한 경제 안정성과 다변화된 산업 구조, 견고한 산업 기반도 강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OE는 “도쿄와 마찬가지로 고령화된 인구 구조가 생산과 일자리 증가 측면에서 신흥국 경제와 경쟁할 역량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서울은 종합지수 최상위권에서 점차 순위를 더 내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OE의 장기 전망에서도 서울의 경제력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OE는 서울의 경제 규모(명목 달러 기준)가 2000년과 2025년 모두 세계 9위였지만, 2050년에는 11위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상하이(3위), 베이징(6위), 선전(9위) 등 중국 도시들은 10위권에 새로 진입할 전망이다.
인적자본 부문도 지난해 5위에서 올해 15위로 밀렸다. 그래도 서울은 이 부문에서 도쿄와 함께 아시아 최고 도시로 꼽혔다. OE는 “서울은 학벌을 중시하는 문화가 강하고,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SKY’로 불리는 명문 대학이 다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LG·기아와 수원의 삼성 등 다국적 기업이 몰려 있다는 점도 인적자본 순위를 떠받쳤다고 덧붙였다.
삶의 질 부문은 113위로 지난해(129위)보다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었다. OE는 “최근 몇 년간 집값이 급등했고, 비싼 임대료가 서민층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반면 세계 최고 수준의 기대수명과 K팝을 중심으로 한 문화 생태계는 강점으로 평가했다. 환경 부문은 618위로 5개 부문 가운데 가장 낮았다. OE는 상대적으로 나쁜 대기질과 여름철 폭염, 겨울철 혹한 등 이상기후를 원인으로 들었다. 거버넌스 부문은 125위였다. OE는 “2024년 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시도로 정치적 안정이 시험대에 올랐지만 사태가 끝난 이후 점수가 소폭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서울을 제외한 국내 도시는 모두 3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제2의 도시인 부산이 301위로 가장 높았고 청주(320위), 대전(358위), 창원(372위), 천안(378위), 대구(379위), 전주(380위), 광주(424위)가 뒤를 이었다.
다만 OE는 이번 결과와 관련해 “순위 변화가 실제 성과의 개선이나 악화가 아니라 방법론 변화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OE가 지적한대로 고령화에 따른 고용 증가 둔화 등은 향후 서울이 글로벌 도시로서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구조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