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하루 만에 190억달러 규모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청산된 디지털자산 시장의 역사적 폭락 이후 1년이 지났다. 비트코인은 여전히 사상 최고가 12만6000딜러를 크게 밑돌지만 시장의 거래 구조는 달라지고 있다.

코인 중심의 투기적 거래가 위축된 반면 주식과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무기한 선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10일(현지시각) 지난해 10월 대규모 청산 사태 이후 디지털자산 시장이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인 레버리지 거래가 줄어든 가운데 무기한 선물의 거래 대상이 실물자산으로 확대되고 있다. 은행과 대형 트레이딩 기업의 시장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실물자산 무기한 선물 급성장…미결제약정 170억달러 돌파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무기한 선물 거래의 확장이다. 무기한 선물은 만기 없이 레버리지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기존에는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거래에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주식과 원자재 등 실물자산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1년 전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던 실물자산 기반 무기한 선물의 미결제약정은 현재 17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 같은 성장에는 탈중앙화 파생상품 거래소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이퍼리퀴드는 주식과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무기한 선물 거래를 일찍 도입하며 시장 확대를 이끌었다.

애덤 매카시 로테크 리서치 책임자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밈코인 투기와 다르다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이 24시간 운영되는 거래·결제 인프라와 수익 기회를 찾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측시장도 새로운 투자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코인 가격 상승에 집중됐던 투기적 수요가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월가 역시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과 자산 토큰화가 주요 사업 영역으로 부상하면서 디지털자산 시장과 전통 금융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비트코인 레버리지 반토막…시장 구조 변화

반면 비트코인 중심의 레버리지 거래는 지난해 폭락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지난해 폭락 직전 비트코인 무기한 선물의 미결제약정은 약 450억달러였다. 이후 6개월 동안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비트코인이 최근 8만달러를 회복하면서 투자심리가 일부 개선됐지만 미결제약정은 여전히 과거 최고 수준을 크게 밑돈다. 비트코인 가격 역시 사상 최고가보다 30% 이상 낮은 상태다.

거래소의 위험 관리 체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일부 거래소는 청산 시스템을 강화했고 거래 가능한 자산의 상관관계도 낮아졌다. 시장 전반의 레버리지 수준 역시 이전보다 줄었다.

줄리아 저우 칼라단 대표는 지난해 폭락 당시 24시간 동안 190억달러 이상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청산됐지만 더 큰 문제는 시장 유동성이 순식간에 사라졌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위험을 더 잘 이해하게 됐지만 시장은 여전히 분절돼 있으며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제도권 금융과의 통합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담보와 증거금 사용에 관한 규제 지침 마련이 추진되고 있다. 대형 금융기관도 블록체인 기반 거래 인프라를 시험하고 있다.

갤럭시디지털은 최근 보고서에서 1년 전과 현재의 시장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진단했다. 루카스 체얀 갤럭시디지털 리서치 부사장은 지난해 10월10일 폭락했던 시장은 이제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새로운 시장의 가치 평가가 시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디지털자산 시장의 변화는 가격보다 거래 구조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비트코인 중심의 레버리지 투기는 위축됐지만 무기한 선물은 주식과 원자재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한때 월가의 대안을 표방했던 디지털자산 산업이 이제는 전통 금융의 일부로 편입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