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영국 대형 보험사 아비바(Aviva)의 자산운용 계열사 아비바 인베스터스(Aviva Investors)가 220억파운드(약 36조6000억원) 규모의 머니마켓펀드(MMF)에 XRP 레저(XRPL) 기반 토큰화를 도입했다. 기존 금융상품의 소유권을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방식으로 자산 관리와 거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전통 금융기관의 블록체인 활용이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펀드 운용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현지시각) 크립토슬레이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아비바 인베스터스는 스털링 유동성 펀드(Sterling Liquidity Fund)에 XRP 레저 기반의 토큰화 주식 클래스를 도입하고 5000만파운드(약 830억원)를 투자했다.

이번 토큰화는 220억파운드 규모의 펀드 전체를 블록체인으로 이전한 것이 아니라 기존 펀드에 별도의 토큰화 투자 단위를 추가한 것이다.

달러 이어 파운드 펀드까지…토큰화 규모 1400억원 넘어

아비바 인베스터스는 지난 7월에도 미국 달러 유동성 펀드에 XRP 레저 기반 토큰화 주식 클래스를 출시했다. 이번 파운드화 펀드까지 합치면 토큰화 형태로 운용하는 자산은 8600만파운드(약 1430억원)를 넘어선다.

아비바 인베스터스는 이를 통해 유럽 자산운용사 가운데 토큰화 머니마켓펀드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게 됐다.

머니마켓펀드는 국채와 기업어음 등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기관투자자들이 단기 여유자금을 운용하는 데 주로 활용한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펀드 지분의 소유권 기록과 이전, 거래 내역 확인 등의 과정을 효율화할 수 있다.

마크 버시(Mark Versey) 아비바 인베스터스 최고경영자(CEO)는 토큰화가 펀드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고객의 투자 성과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펀드 유지하고 소유권만 블록체인에 기록

이번 상품의 특징은 기존 펀드 구조를 유지하면서 블록체인에 투자자의 보유 지분을 기록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실제 펀드 자산과 법적 권리관계는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 관리하고 블록체인에는 이를 반영하는 디지털 기록을 생성한다. 기존 규제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블록체인의 거래 기록 및 관리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구조다.

해당 펀드는 아일랜드의 유럽연합 공모펀드 규제인 UCITS 체계 아래 운용된다. 펀드 자산 수탁은 뱅크오브뉴욕멜론(BNY Mellon)이 맡고 디지털자산 수탁사 코마이누(Komainu)와 토큰화 인프라 기업 리퀴도(Licuido)가 기술적으로 지원했다.

리플 “금융시장 24시간 거래로 전환”…XRP 수요와는 별개

아비바 인베스터스는 리플(Ripple)과 협력해 XRP 레저에서 토큰화된 펀드 지분을 발행하고 관리하고 있다.

나이젤 카쿠 리플 트레이딩 및 시장 담당 수석 부사장은 금융시장이 연중무휴 접근과 실시간 결제 체계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번 사례가 이러한 변화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블록체인에서 펀드 지분을 관리한다고 해서 투자자가 즉시 24시간 거래하거나 실시간으로 환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거래와 결제 조건은 펀드 운영 규정과 규제 요건에 따라 결정된다.

XRP 레저 도입이 XRP 토큰의 직접적인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지도 구분해야 한다. 네트워크 이용 과정에서 XRP가 수수료로 사용되지만 토큰화 자산 규모가 그대로 XRP 매수 수요로 연결되는 구조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사례는 대형 금융기관이 기존 규제 체계를 유지하면서 블록체인을 자산운용 인프라에 접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토큰화 펀드의 확산 여부는 운영비 절감 효과와 기관투자자의 실제 이용 증가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