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이 수출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국내 유일한 항공기 체계종합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신규 수주, 후속 개발, 수익성 개선을 한꺼번에 풀어야 하는 ‘트릴레마’를 안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주요 항공·우주사업 입찰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셔 수익성 개선의 실타래를 놓쳤다. KF-21 개발 역량을 이어갈 후속 ‘블록버스터급’ 과제 확보도 시급하다.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이 올해 18억원을 투입해 ‘우주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용역을 발주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현재 KAI는 인접 시장 확대로 시동을 걸었다. KAI가 지난해 확보하지 못한 주요 사업은 UH/HH-60 헬기 성능 개량, 전자전기 체계 개발, 항공통제기 2차, 천리안위성 5호 시스템·본체 개발 4건이다. 항공기 개발·생산에서 쌓은 경험을 특수임무기 개조와 장비 통합, 우주사업 등 인접 시장의 수주로 연결하는 데 제동이 걸린 것이다.

UH/HH-60 헬기 성능 개량은 해당 기종의 생산·정비 경험을 보유한 대한항공이 맡았다. 항공통제기 2차는 방위사업청이 미국 L3해리스와 직접 계약했고, 대한항공은 일부 기체의 국내 개조에 참여한다. 전자전기 체계 개발은 LIG넥스원(현 LIG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A)이 대한항공과 협력해 1조5593억원에 계약했다. 천리안위성 5호 시스템·본체 개발 주관 기관에는 LIG넥스원이 선정됐고, KAI는 평가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다.

사업별 평가 기준은 다르지만 항공기 독자 개발 능력을 갖춘 KAI가 주요 경쟁사업을 연달아 놓친 것은 뼈아프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안 전략과 가격 경쟁력, 협력사 구성, 기존 개발·정비 경험과 특수임무 장비 통합 역량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외 수주 확대도 과제다. T-50·FA-50 계열은 인도네시아·이라크·태국·필리핀·폴란드·말레이시아 6개국에 수출되며 고객 기반을 쌓았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국내외 전체 신규 수주는 약 6300억원으로 연간 목표 10조4383억원의 약 6%에 그쳤다. 수주 잔액도 지난해 말 27조3437억원에서 6월 말 25조7502억원으로 줄었다. 대형 계약 체결 시점에 따라 수주 규모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하반기 계약 성과가 중요하다. KF-21도 첫 수출 계약을 확보하고 무장 확대와 가격·납기·후속 지원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후속 연구개발(R&D) 과제 확보 또한 시급하다. KAI는 지난 7월 KF-21 체계 개발 종결 기념식을 열어 독자 전투기 개발 역량을 입증했고, 지난달 22일 최초 양산기를 공군에 인도했다. 개발 성과를 양산 매출로 연결하기 시작했지만 축적한 개발인력과 기술을 장기적으로 이어갈 다음 대형 사업의 구체화가 필요하다.

특히 공대지·공대해 능력 확대와 유·무인 복합체계 등 후속 과제는 추진되고 있다. 다만 성능 개량과 차세대 플랫폼 연구에 필요한 인력을 어떻게 배분·유지할지 중장기 계획이 요구된다. 양산 물량 확보와 R&D 조직의 일감 확보는 서로 다른 문제다. 개발사업 사이에 공백이 길어지면 숙련 인력이 이탈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후속 사업 일정과 회사의 자체 투자·인력 운용 계획을 맞물려 설계해야 한다.

실적도 방산 호황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연결 매출은 2023년 3조8193억원, 2024년 3조6337억원, 2025년 3조6964억원으로 3년째 3조원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매출 증가율은 1.7%로 현대로템(33.4%)과 LIG D&A(31.5%)에 못 미쳤다. 다만 이는 비방산 사업까지 포함한 전사 연결 매출 비교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692억원으로 11.8% 늘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KF-21과 상륙공격헬기·소해헬기 등 체계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2조2606억원으로 48%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1156억원으로 감소했고,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상반기 8.6%에서 5.1%로 낮아졌다.

납기 관리도 시험대에 올랐다. 소형무장헬기(LAH) 납품은 아직 재개되지 않았으며, 증권가는 4분기 정상화를 예상하고 있다. 폴란드 FA-50PL은 레이더·무장 통합 등을 반영해 올해 1월 인도 일정을 조정했다. 첫 인도는 2027년 중반, 최종 인도는 2029년 초로 예정돼 있다. 해외 공급 업체와 시험·인증 일정을 조율해 변경된 납기를 지켜야 한다.

양산 준비와 납품 지연이 맞물리면서 운전 자금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재고 자산은 2023년 말 1조7365억원에서 올해 6월 말 3조9926억원으로 2.3배가 됐다. 생산 확대를 위해 확보한 원재료와 제작 중인 기체 등이 포함된 수치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3~2025년 3년 연속 마이너스였고, 총차입금은 2023년 말 6082억원에서 올해 6월 말 2조9801억원으로 늘었다.

경영의 연속성도 과제다. KAI는 지난해 6월 말부터 약 8개월 반 동안 정식 사장 선임 공백을 겪었다. 지난 3월 취임한 김종출 KAI 사장은 인공지능(AI) 파일럿과 유·무인 복합체계, 무인기·우주 등으로 사업을 넓히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장기 개발과 수출 전략을 일관되게 이어갈 경영 체계를 갖추고, 신사업 구상을 투자와 계약으로 구체화하는 것이 새 경영진의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