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JP모건이 미국 기업의 시가총액이 국내총생산(GDP)의 400%를 넘어섰다고 경고했다. 이는 과거 닷컴 버블 정점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자산 가격이 실물 경제 성장 속도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JP모건 자산운용(J.P. Morgan Asset Management)이 지난 1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주식 시장의 급등으로 미국 기업의 전체 시가총액이 GDP의 400%를 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팬데믹 직전의 244%, 닷컴 버블 정점이었던 2000년 1분기의 204%(일부 보고서에서는 212%)와 비교해 훨씬 높은 수치다. 또한 1987년 주식 시장 붕괴 이전의 74%와 비교하면 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역사적 고점 경신…과도한 자산 밸류에이션
이번 수치는 미국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역사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JP모건은 “나무는 하늘까지 자라지 않는다”며 언젠가는 이 비율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최근 몇 년간 경험한 두 자릿수 주식 시장 수익률에 너무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특히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를 중심으로 시장 집중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현재 S&P 500 지수 상위 10개 종목이 전체 지수의 약 41%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AI 및 초대형 기술 기업과 연관되어 있다. 이는 시장의 성과가 소수의 종목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이미 다이먼 CEO, “과도한 활황과 레버리지” 경고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시장의 ‘과도한 활황(exuberance)’과 사상 최고 수준의 증거금 부채(margin debt)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지난 5월에도 레이건 포럼에서 시장의 활황이 기업 이익 성장에 의해 뒷받침된다면 방어할 수 있지만, 투기적 요인에 의한 활황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다이먼 CEO는 기록적인 증거금 부채와 금융 시장 전반에 걸쳐 숨겨진 레버리지가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갑작스러운 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증거금 부채는 사상 최고 수준이며, 증거금 부채로 불리지 않는 다른 형태의 레버리지도 많다”고 언급하며, 이러한 레버리지가 시장 하락 시 강제 매도를 유발해 변동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높은 밸류에이션에도 ‘즉각적 붕괴’는 아냐
JP모건은 현재의 높은 밸류에이션이 즉각적인 시장 붕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오히려 견조한 기업 이익과 AI 투자 붐이 시장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다이먼 CEO는 시장이 현재의 상승세를 뒷받침하는 요인과 함께 존재하는 위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JP모건은 2026년 경제 전망에서 완만한 성장, 타이트한 노동 시장, 점진적인 인플레이션 완화를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낙관적인 전망 속에서도 자산 가격과 GDP 비율의 불균형, 시장 집중도 심화, 높은 레버리지 등은 투자자들이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위험 요소로 지목된다. 향후 시장은 AI 관련 투자와 기업 이익 성장이 지속될지, 그리고 이러한 위험 요인들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