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를 긴장으로 몰아 넣었던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Situational Awareness) 사태는 일단락 됐습니다.
이 펀드 창립자 레오폴드 아셴브레너(Leopold Aschenbrenner)는 지난 1일 사건이 벌어졌을 때 결혼식을 올리고 있었다고 하죠. 신혼 여행을 미룬 그는 펀드 투자자들에게 레버리지를 쓰지 않는 새로운 투자 전략을 설명하고, 투자도 집행했다고 합니다. 그의 X에 웨딩 사진도 올리구요.
The best day of my life. I love you ❤️ pic.twitter.com/gp4t60hYpe
— Leopold Aschenbrenner (@leopoldasch) August 7, 2026
24세 청년 레오폴드를 유명하게 만든 그의 에세이(Situational Awareness: The Decade Ahead · 상황 인식: 10년 앞 미래)는 2024년 6월에 나왔습니다. 찾아서 읽어봤습니다. 구글의 인공지능(AI) 제미나이 노트북에 넣어서 요약을 시켰죠. 이 에세이는 165 페이지에 달합니다.
제가 보기로는 그의 글이 현재 AI 산업의 방향성을 대략 80% 이상 맞춘 것 같습니다. 퍼뜩 생각이 떠올랐죠. “2년 전으로 시간을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그의 리포트로 지금 상황에 맞는 주식 포트폴리오를 짤 수는 있겠구나.”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에세이 전문, 레오폴드 헤지펀드가 무너진 이유를 다룬 블룸버그 기사 2개를 1) 제미나이 2) 챗GPT 3) 클로드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동일한 명령을 줬습니다. 각각의 AI는 가장 최신 버전을 썼습니다.
“레오폴드가 쓴 에세이의 기술적 판단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이 보고서의 저자 레오폴드의 펀드 실패 이유를 감안해서 이 보고서에 바탕한 새로운 주식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줘. 구체적인 종목 이름과 섹터를 열거해줘.”
각 AI의 포트폴리오 보고서를 제미나이 노트북에 넣어서 한번 더 요약 정리했습니다. 그 자료가 바로 이겁니다.
AI 인프라 투자의 재구성: 파산의 교훈에서 태어난 세 가지 투자 방정식
최근 인공지능(AI) 산업의 하드웨어 스케일업과 물리적 인프라 확장에 대한 논의가 뜨겁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장기 트렌드가 옳다고 해서 무조건 투자에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공지능 분야의 권위 있는 보고서인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Situational Awareness)』의 저자 레오폴드 아셴브레너가 설립한 헤지펀드가 겪은 위기는 이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기술적 통찰은 뛰어났으나, 무리한 금융 공학과 극단적인 종목 쏠림으로 인해 시장 변동성을 견디지 못하고 강제 청산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이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동일한 AI 기술 성장론을 공유하면서도 리스크 관리와 포트폴리오 구조를 완전히 새롭게 설계한 세 가지 투자 모델(제미나이, 챗GPT, 클로드)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레오폴드 펀드 위기의 핵심은 기술 예측의 오류가 아닌 자산 운용 구조의 실패에 있었습니다. 해당 펀드는 3~4배에 달하는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용했고, 포트폴리오를 가장 거래가 혼잡한 AI 반도체 특정 섹터에 100% 몰아넣었습니다. 결국 단기 조정이 찾아왔을 때 마진콜(증거금 추가 요구)이 발생했고, 시장 최저점에서 주식을 헐값에 강제 매도해야만 했습니다.
이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제안된 세 가지 포트폴리오는 모두 ‘레버리지 0% 제한’과 ‘상관관계 분산’을 최우선 철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시장이 급락하더라도 강제 청산당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시간과 선택권’을 지키겠다는 의도입니다.
제미나이 포트폴리오: 가치사슬 전 영역의 ‘균등 다변화’
제미나이 포트폴리오는 레오폴드의 반도체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AI 밸류체인 전반을 고르게 배분하는 ‘Long-Only 100% 무레버리지’ 전략을 취합니다. 반도체 단일 테마에만 의존하지 않고, 보고서에서 제기한 핵심 영역에 자산을 균등하게 배치하는 방식입니다.
이 포트폴리오는 컴퓨팅 엔진의 핵심인 반도체에 25%(엔비디아, TSMC, 브로드컴, 마이크론), 발전과 송전을 아우르는 전력 인프라에 25%(컨스텔레이션 에너지, GE 버노바, EQT), 유동성 버퍼 역할을 해줄 거대 빅테크 하이퍼스케일러에 20%(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를 투자합니다.
여기에 냉각 장비 등 물리 인프라에 15%(버티브, 아리스타 네트웍스), 그리고 국가 안보 및 데이터 보안을 위한 AI 사이버보안 영역에 15%(팔로알토 네트웍스, 팔란티어)를 배정합니다. 반도체 섹터가 조정을 받더라도 전력이나 빅테크 플랫폼이 하방을 지지하는 상호 보완적 구조로 설계되었습니다.
챗GPT 포트폴리오: 위험 제어 규칙과 방어 자산의 하이브리드 결합
챗GPT 포트폴리오는 장기적인 AI 성장 모멘텀을 추구하되, 기계적인 위험 조절 장치와 비(Non) AI 자산을 결합하여 안정성을 극대화했습니다. 전체 포트폴리오를 ‘AI 관련 자산 70%’와 ‘AI와 상관성이 낮은 경기방어 및 금융 자산 30%’로 나누어 담았습니다.
반도체 파트에 38%의 비중을 두면서도 하이퍼스케일러(15%), 전력 및 냉각·변압기(17%) 등으로 테마를 세분화하여 특정 병목에 자산이 쏠리지 않도록 조율했습니다. 특히 존슨앤드존슨, JP모건, 프록터앤드갬블(P&G) 같은 전통 우량주를 각각 10%씩 총 30% 배정하여 시장 하락 시 포트폴리오가 버틸 수 있는 완충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여기에 포트폴리오 고점 대비 하락률에 따라 작동하는 ‘단계적 위험축소(Drawdown Control)’ 규칙을 적용합니다. 포트폴리오가 고점 대비 -12% 하락하면 신규 AI 매수를 중단하고 AI 비중을 15% 줄이며, -18% 하락 시 AI 비중을 절반 수준까지 일시 축소하여 재평가 기간을 가집니다. 최초 진입 시에도 8주 동안 포지션을 나누어 구축하는 등 위험 관리에 극도로 철저한 규칙을 가미했습니다.
클로드 포트폴리오: 가장 확실하고 덜 붐비는 ‘전력망 병목’ 집중
클로드 포트폴리오는 가장 독창적인 해석을 제시합니다.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 보고서 본문이 가리키는 진정한 공급망 제약이 ‘GPU 반도체’보다 ‘전력과 그리드 장비’라는 점에 주목한 결과입니다. 이에 따라 가장 혼잡한 반도체 계층의 비중을 14%로 과감히 축소하고, 독과점적 가격결정력을 지닌 전력 장비 및 그리드 계층에 18%, 전력 생산 계층에 16%를 할당하여 총 34%의 최대 비중을 부여했습니다.
동시에 비테마 자산에 35%(단기 국채 및 현금 15%, S&P 동일가중 12%, 금 8%)를 배정해 시장 심리가 일시적으로 얼어붙어 폭락할 때 방패 역할을 하도록 설계했습니다. 단일 종목 비중을 4% 이하, 단일 계층 비중을 20% 이내로 엄격히 통제하며, 하이닉스의 HBM4 연기 확산 여부나 전력 장비 수주 백로그 증가율 둔화 등을 ‘논제 폐기 신호’로 정의하여 가격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확실한 철수 기준을 확립했습니다.
AI의 미래에는 공격적으로, 타이밍에는 겸손하게
세 포트폴리오가 투자자들에게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동일합니다. 우수한 AI 기술 전망이 고평가된 주식 가격을 영구적으로 보증해주지 않으며, 옳은 장기 테마라도 포트폴리오 운용 구조가 정교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기술 독점 지위를 가진 기업부터 전력망 인프라까지 밸류체인 전반을 넓게 보유하고,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인 ‘시간과 선택권’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다가올 초지능 시대를 대비하는 가장 안정적인 투자 방식이 될 것입니다.
딱히 새로울 것 없는 포트폴리오와 인간 펀드매니저의 역할
레오폴드는 인간을 능가하는 AI가 2027년에 등장할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포트폴리오를 짠 AI 모델들은 현존 상용화 모델로는 가장 우수한 것들인데요. 개인적으로 이 포트폴리오에서 어떤 강렬한 인사이트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반도체 자체 보다는 전력 생산 테마주를 짚은 것이 그나마 인상적이었지만, 이것도 새로운 내용은 아니죠.
레오폴드 사례는 일종의 역설입니다. 그를 추종하는 억만장자들이 앞다퉈 헤지펀드에 돈을 넣었습니다. 그의 보고서가 마치 예언서처럼 읽혔던 것이죠.
2년전 보고서는 대담한 예측을 했고, 상당 부분 그대로 됐습니다. 그가 시키는 대로 투자를 하면 답을 보고 시험을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투자는 예언이 아니었습니다. 급격한 시장 변동성을 견디지 못한 레오폴드 펀드는 사실상 붕괴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레오폴드는 사태를 수습하면서 추가 투자금을 받지 않을 것이며, 레버리지도 쓰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천재급 AI 엔지니어들도 결국은 인간입니다. 그들도 시간을 되돌리거나, 미래를 볼 수는 없습니다. 예측은 할 수 있죠. 그러나 예측만으로 모든 투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 보다 뛰어난 AI가 나오더라도 바로 ‘그 부분’에서 인간 트레이더가 필요한 것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