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상승에 두 배로 베팅하던 개인투자자들의 레버리지 투자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지난 7월만 해도 개인의 정방향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매수액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상품에 집중됐지만, 9월에는 10% 아래로 떨어졌다. 대신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등 국내 증시 지수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가 개인 매수의 약 70%를 차지했다. 방산·반도체 등 산업·테마형도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지수나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통상 두 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기초자산이 하루에 1% 오르면 약 2% 수익을 얻지만, 반대로 1% 내리면 약 2% 손실을 보는 구조다. 국내 상장 정방향 레버리지 ETF 62종은 국내 단일종목형 14개, 국내 시장지수형 14개, 국내 산업·테마형 10개, 해외 주식·지수형 16개, 채권·통화·원자재형 8개로 분류된다.
9일 매일경제가 한국거래소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상장 정방향 레버리지 ETF 62종의 투자자별 매수금액을 분석한 결과, 지난 9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종이 전체 개인 매수액에서 차지한 비중은 8.9%로 집계됐다.
지난 7월 67.8%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달 만에 58.9%포인트 급락했다. 6월만 해도 단일종목형 비중은 62.8%에 달했지만, 8월에는 9.5%로 급락한 뒤 9월에도 8.9%에 그치며 이전과 같은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절대적인 매수 규모 역시 크게 줄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종에 대한 개인 매수액은 7월 63조5476억원에서 8월 3조226억원, 9월 1조9299억원으로 감소했다. 7월과 비교하면 두 달 만에 약 97% 줄어든 수치다.
이와 반대로 개인 레버리지 투자의 중심에는 시장지수형 상품이 자리 잡았다.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KRX300 등을 추종하는 국내 시장지수형 레버리지 ETF의 개인 매수 비중은 9월 69.8%를 기록했다.
7월만 해도 시장지수형 비중은 28.0%에 불과했지만 8월 72.5%로 급등했고 9월에도 70%에 육박했다. 개인이 레버리지 ETF를 매수할 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한 종목의 주가 방향에 베팅하기보다는 국내 증시 전반의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을 선택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진 셈이다.
이 같은 투자 지형 변화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투자 규제가 강화된 시기와 맞물린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단기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 7월 31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였다. 주식·채권 등 대용증권은 인정하지 않고 현금으로만 예탁금을 충족하도록 했으며, 기존 투자자의 추가 매수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지영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안으로 인해 개인들의 접근성이 제한되고 있으며, 이미 7월 중 폭락을 통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리스크를 체험했기 때문에 심리적인 장벽이 생겼다”며 “정부 규제에 더해 삼성전자, 하이닉스 주가가 급락하는 과정에서 실망 매물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지수추종형 외에도 산업·테마형 레버리지 ETF도 존재감이 커졌다. 반도체와 방산, 2차전지, 조선 등을 추종하는 국내 산업·테마형 상품의 개인 매수 비중은 7월 3.8%에서 8월 17.3%, 9월 20.5%로 높아졌다.
9월 기준 시장지수형과 산업·테마형을 합친 비중은 90.3%에 달한다. 개인의 정방향 레버리지 ETF 매수 10원 가운데 9원가량이 개별 종목이 아닌 국내 시장지수 또는 특정 산업·테마에 집중된 것이다.
개인의 정방향 레버리지 ETF 전체 매수액 역시 크게 줄었다. 6월 약 105조7003억원에서 7월 93조7800억원, 8월 31조8774억원을 거쳐 9월 21조8068억원으로 감소했다. 7월과 비교하면 9월 전체 매수액은 약 76.7% 줄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 이후 개인의 레버리지 투자 열기 자체가 위축되는 동시에 남아 있는 매수 수요의 중심도 달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던 개인 매수의 무게중심이 시장지수형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산업·테마형 상품의 비중도 크게 높아진 셈이다.
한지영 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대신 다른 업종들로 순환매가 돌면서 지수는 회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증시 상승 자체에 베팅하는 지수추종형 레버리지로 몰리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수 추종형의 비중 우위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