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증시에 등장한 도지코인(DOGE) ETF가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청산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가상자산 운용사 비트와이즈(Bitwise)는 지난 9월 10일 ‘Bitwise Dogecoin ETF(BWOW)’를 청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BWOW는 지난해 11월 26일 NYSE Arca에서 거래를 시작했지만 약 10개월 만에 문을 닫게 됐습니다. 마지막 거래일은 오는 10월 14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최근 비트코인뿐 아니라 다양한 가상자산 ETF가 등장하면서 ‘ETF 상장’ 자체가 해당 코인의 성공이나 제도권 안착을 의미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BWOW 사례는 ETF가 만들어지는 것과 실제 투자 수요가 따라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번 엠블록레터에서는 도지코인 ETF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규모가 작은 ETF는 왜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는지, 청산되면 투자자의 돈은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BWOW는 도지코인을 직접 구매하거나 별도 지갑에 보관하지 않아도 일반 증권계좌를 통해 DOGE에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입니다.
출시 직후에는 하루 거래대금이 약 300만달러까지 올라갔지만 이후에는 이 수준을 다시 넘지 못했습니다. 청산 발표일인 9월 10일 기준 BWOW의 운용자산은 약 69만달러에 머물렀습니다.
도지코인 ETF 전체의 누적 거래대금은 약 3억달러를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하이퍼리퀴드(HYPE) 관련 상품은 약 21억달러, 지캐시(ZEC) 관련 상품은 약 15억달러가 거래됐습니다. 도지코인의 높은 대중적 인지도와 ETF 투자 수요가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았던 셈입니다.
여기서 거래대금과 운용자산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거래대금은 ETF가 시장에서 사고팔린 금액을 모두 더한 것이고, 운용자산은 실제로 ETF 안에 남아 있는 자산 규모입니다. 거래가 많이 일어났다고 해서 그만큼의 자금이 ETF에 계속 머물러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비트와이즈는 청산 이유를 ‘투자 수요 부족’이라고 직접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변화하는 투자자 수요에 맞춰 상품군을 최적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TF도 운영하는 데 비용이 듭니다. 운용사는 자산 보관과 회계·감사, 공시, 거래소 상장 유지 등 여러 비용을 계속 부담해야 합니다.
BWOW의 운용보수는 연 0.34%였습니다. 운용자산 69만달러에 이 비율을 단순 적용하면 연간 운용보수 수입은 약 2,300달러 수준입니다.
물론 이것이 비트와이즈가 밝힌 직접적인 청산 이유는 아닙니다. 하지만 운용자산이 작은 ETF는 운용사가 상품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ETF 역시 투자자의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일정 규모 이상의 운용자산을 유지해야 살아남기 쉽습니다. 코인 자체가 유명하다고 해서 그 코인을 담은 ETF까지 자동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ETF가 청산돼도 도지코인 생태계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DOGE 네트워크와 코인은 그대로 존재하고, 이를 기반으로 만든 투자상품 하나가 문을 닫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BWOW는 10월 14일까지 기존처럼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는 그전에 시장에서 직접 매도할 수 있습니다.
끝까지 보유한 경우에는 운용사가 ETF가 가진 자산을 정리한 뒤 10월 21일 기준 순자산가치(NAV)에 따라 현금으로 돌려주는 절차를 거칩니다. 지급 예정일은 10월 22일입니다.
예를 들어 청산 시점에 내가 가진 ETF 지분의 가치가 100만원이라면 해당 가치에 해당하는 현금을 받는 구조입니다. 도지코인을 직접 지급받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청산일까지 DOGE 가격이 떨어지면 ETF 가치도 함께 낮아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ETF 청산이 투자금 전액 손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 투자했던 금액을 그대로 돌려받는다는 뜻도 아닙니다.
새로운 가상자산 ETF가 등장하면 ‘월가가 이 코인을 인정했다’거나 ‘기관 자금이 들어온다’는 기대가 붙기 쉽습니다. 하지만 ETF 상장은 투자할 수 있는 통로가 하나 생겼다는 의미에 더 가깝습니다. 실제 투자 수요를 확인하려면 상장 여부보다 몇 가지 숫자를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운용자산(AUM)이 꾸준히 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실제 자금이 ETF 안에 쌓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직관적인 지표입니다.
둘째, 순유입이 이어지고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거래가 많이 됐더라도 돈이 들어왔다가 빠르게 빠져나간다면 장기적인 투자 수요가 크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셋째, 거래량이 일정하게 유지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초기 관심만 높고 이후 거래가 크게 줄어든다면 상품의 지속 가능성도 낮아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해당 ETF가 코인을 직접 사는 것보다 어떤 편의를 제공하는지도 중요합니다. 보관이 어렵거나 접근이 제한된 가상자산이라면 ETF가 실질적인 투자 통로가 될 수 있지만, 이미 현물 거래가 쉬운 자산이라면 ETF를 선택할 이유가 상대적으로 약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BWOW 사례는 ETF가 상장됐다는 사실보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자금이 들어오고, 그 자금이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