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화·인공지능 거래 등 신기술…기존 금융시장 경쟁 구도 바꿀 가능성
골드만삭스, 채권·머니마켓펀드·부동산 토큰화…블록체인 인프라 투자 지속
CLARITY 법안 지지…규제 명확성과 투자자 보호 강조
[블록미디어 이혜연 기자] 골드만삭스가 토큰화(tokenization)를 금융시장의 주요 변화로 지목하며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와 예측시장 등 새로운 기술이 기존 월가의 사업 모델을 위협할 수 있지만, 오히려 고객과 상품을 확대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3일(현지시각) 열린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토큰화가 여러 자산군에 걸쳐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시장 구조가 상품과 고객, 유통 경로를 확대해 회사가 공략할 수 있는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큰화, 기존 금융시장 위협이자 사업 확장 기회
이날 질의응답에서는 토큰화와 에이전트 기반 거래(agentic trading), 디파이 볼트(DeFi vault), 예측시장 등이 골드만삭스의 기존 시장 사업에 미칠 영향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에버코어ISI의 글렌 쇼어 애널리스트는 이들 기술이 골드만삭스의 거래 사업에 도전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솔로몬 CEO는 기술 변화 자체보다 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과거 전자 주식 거래의 확산을 사례로 들었다. 새로운 거래 방식이 등장했지만 골드만삭스는 변화에 적응하며 사업을 발전시켰다는 설명이다.
솔로몬 CEO는 “오늘날 토큰화는 분명 중요한 흐름이며, 여러 자산군에서 이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시장 구조가 상품을 늘리고 고객을 유치하며 유통 채널을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큰화와 관련한 변화가 기존 사업을 잠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골드만삭스가 진출할 수 있는 시장 자체를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발언이 골드만삭스의 예측시장이나 디파이 볼트, 에이전트 기반 거래 서비스 출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솔로몬 CEO는 관련 기술을 주시하면서 사업 기회와 위험을 함께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펀드·부동산 토큰화…인프라 투자 지속
골드만삭스는 토큰화를 검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자산 기업과 시장 인프라에 투자해 왔으며, 자체 블록체인 기반 금융자산 인프라인 GS DAP도 운영하고 있다.
솔로몬 CEO는 “채권을 토큰화했고, 토큰화된 머니마켓펀드도 여러 개 보유하고 있다”며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부동산 토큰화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토큰화는 채권과 펀드, 부동산 등 기존 자산의 소유권이나 권리를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토큰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거래와 소유권 기록, 결제 과정을 효율화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실제 효과는 자산의 종류와 거래 구조, 관련 규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예탁결제청산기관(DTCC)의 토큰화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DTCC는 2026년 7월 실제 보관 중인 증권을 토큰화해 실거래에 활용하는 시험을 진행했고, 토큰화 서비스의 정식 출시는 4분기로 예정돼 있다.
DTCC의 토큰화 서비스는 러셀1000지수 구성 종목 일부와 주요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미국 국채 등 일부 자산을 대상으로 설계됐다. 기존 증권의 권리와 투자자 보호 체계를 유지하면서 전통 금융시장과 블록체인 기반 거래 환경을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솔로몬 CEO는 토큰화가 비용을 낮추고 업무를 자동화하며 자산군 전반의 유동성을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현재 시장 규모는 여전히 작다는 점도 인정했다. 토큰화가 금융시장 전반을 단기간에 바꿀 것이라는 기대와 실제 사업 성과 사이에는 아직 간극이 있다는 의미다.
규제 명확성 강조…주식 거래 매출 72% 증가
규제 환경도 토큰화 사업의 주요 변수로 꼽혔다. 솔로몬 CEO는 디지털자산 시장 구조를 다루는 CLARITY 법안의 통과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CLARITY 법안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시장에 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당국이 시장 규칙을 명확히 하기 위한 조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골드만삭스도 관련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 증권과 디지털자산 시장을 모두 다루는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규제의 예측 가능성이 신규 상품 출시와 기관투자자 참여에 중요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토큰화에 대한 관심은 골드만삭스의 견조한 실적을 배경으로 이어지고 있다. 회사가 지난 13일 발표한 3분기 순수익은 186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3% 증가했다.
특히 주식 사업의 순수익은 64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72% 늘었고, 주식 금융 수익은 33억70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거의 두 배 증가했다. 2026년 첫 9개월 동안 주식과 채권·외환·원자재(FICC) 사업의 금융 수익을 합하면 127억달러에 달했다.
이 같은 실적은 골드만삭스가 블록체인 기반 경쟁에 대응하면서 관련 기술에 투자할 수 있는 사업 기반을 보여준다. 솔로몬 CEO의 발언은 신기술이 기존 금융 중개기관을 반드시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무게를 뒀다. 변화에 적응한 금융회사는 새로운 상품과 거래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골드만삭스의 전략에서 구체적인 사업 추진이 확인되는 분야는 토큰화다. 반면 예측시장과 디파이 볼트, 에이전트 기반 거래는 잠재적 경쟁 요인이자 추가로 살펴볼 영역에 가깝다.
토큰화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수익을 창출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골드만삭스가 관련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지만, 전통 금융시장의 기존 시스템을 대체하거나 새로운 매출원으로 자리 잡을지는 앞으로의 사업 확대와 규제 환경에 달려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