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주택 매도자 153만명…매수자보다 57.9% 많아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 6.76%로 매수 수요 위축
침체 장기화 땐 기업 실적에 부담…금리 하락 가능성은 변수

[블록미디어 이혜연 기자] 미국 주택시장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빠르게 늘고 있다. 고금리로 주택 구매 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매물은 증가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 8월 미국 주택 매도자는 매수자보다 57.9% 많았는데,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가장 큰 격차다. 시장에 나온 매물은 많지만 이를 사려는 사람은 부족한 셈이다. 레드핀은 8월 미국 주택 매수자가 약 97만2300명에 그친 것으로 추산했다.

매도자 153만명…매수 수요는 제자리

8월 주택 매도자는 153만명으로 2020년 초 이후 가장 많았다. 한 달 사이 매도자는 3.9% 증가한 것이다.

반면 매수자는 전월보다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매수자 수는 지난 7월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뒤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주택 공급은 늘고 있지만 수요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모습니다.

아사드 칸 레드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매도자는 계속 늘지만 수요는 정체돼 있어 현재 주택을 찾는 사람들은 매물을 선별할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지역별 격차도 컸다. 이른바 ‘선벨트’ 지역에서 수급 불균형이 두드러졌다. 내슈빌은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139% 많았고, 마이애미와 휴스턴도 각각 138%, 131%를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반대 흐름을 보였다. 매물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인공지능(AI) 산업 호황으로 창출된 부가 주택 수요를 뒷받침하면서 미국 내 5개 매도자 우위 시장 가운데 하나로 분류됐다.

이 같은 차이는 주택 가격에도 반영됐다. 매도자 우위 지역의 8월 주택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5.5% 상승한 반면, 매수자 우위 지역의 상승률은 1.6%에 그쳤다.

주택시장 부진, 소비·기업 실적으로 확산 가능성

미국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현재 6.76%다. 이처럼 높은 금리로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금리에 민감한 주택시장에서 매수자가 이탈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면 주택 건설과 가계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 실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주택시장은 통화 긴축의 여파가 실물경제 전반으로 전달되는 주요 경로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주택 가격이 반드시 급락해야 경제에 부담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거래와 건설 활동이 장기간 부진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시장 침체가 소비와 기업 이익을 약화하면 증시의 상승 동력이 둔화할 수 있기 주식시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비트코인에는 악재와 호재 가능성 공존

비트코인(BTC)도 비슷한 거시경제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시장 유동성이 줄고 주식이나 비트코인 같은 위험자산의 투자 매력이 낮아질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에서도 미국의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주식과 함께 디지털자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주택시장 침체가 심해지면 반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경기 둔화 우려로 국채 금리가 하락하고 완화적인 통화정책의 필요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이 경우 주식과 비트코인의 유동성 환경은 개선될 수 있다.

따라서 매도자와 매수자 간 격차 확대만으로 주택시장 붕괴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상황은 미국 주택시장이 18년 주기로 움직인다는 이른바 ‘18년 주택 사이클’ 가설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향후 핵심은 주택시장의 약세가 해당 시장에만 머무를지, 아니면 소비와 기업 실적을 거쳐 주식과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으로 확산할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