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45원까지 떨어져 2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기업을 중심으로 달러예금이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원·엔 재정환율도 100엔당 850원선을 위협하자 엔화예금이 22개월 만에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일 오후 10시30분께 1345.0원에 거래됐다. 2024년 10월 8일 장중 기록한 1344.6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7월 1일 고점인 1599.2원과 비교하면 두 달여 만에 254.2원 떨어졌다.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달러예금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3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769억8300만달러로, 합산 통계가 집계된 2021년 5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기업 달러예금이 633억200만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8월 한 달 동안 60억8000만달러 증가한 데 이어 이달 들어 3영업일 만에 다시 5억달러 늘었다.

개인 달러예금도 136억8100만달러로 2022년 2월 이후 3년7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환율이 내려가자 수출기업들이 달러 매도를 늦추는 한편 수입기업들은 향후 환율 상승에 대비해 달러를 분할 매입하면서 예금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수출기업이 원화 환전을 미루는 동안 수출대금은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달러예금이 쌓이고, 수입기업은 적극적으로 달러를 분할 매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의 달러 매수도 이어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원화→달러 환전액은 8월 3억8900만달러로 지난 1월 이후 가장 많았다. 9월 들어서도 3일까지 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달러→원화 환전액은 8월 1억1100만달러에 그쳤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개인은 7∼8월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자 달러를 사들이고 있다”며 “미국 주식 투자를 위한 달러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화 역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 3일 기준 1조1243억3000만엔으로 2024년 10월 말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8월 말보다 415억8000만엔 늘어 불과 3영업일 만에 8월 한 달 증가액(438억4000만엔)에 육박했다.

원·엔 재정환율이 100엔당 85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엔화를 싸게 사두려는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 7월 23일 100엔당 900원 아래로 내려온 뒤 하락세를 이어가 지난 2일 한때 853.07원까지 떨어졌다. 2년2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9월 1∼3일 원화→엔화 환전액은 63억엔으로 사흘 만에 8월 한 달 환전액(282억3000만엔)의 22%에 달했다. 7월과 8월 환전액도 각각 388억6000만엔, 282억3000만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0%, 27.6% 증가했다.

달러예금이 기업 중심이라면 엔화는 개인 수요가 상대적으로 강하다. 일본 여행 수요와 함께 향후 엔화 반등을 기대한 투자 수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엔화는 달러에 비해 개인 예금 비중이 높은데, 그 기저에는 향후 상승에 대한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