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잭슨홀 데뷔 무대 연설이 시장에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동시에 또 다른 불확실성을 남기며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매파’ 본색을 확실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그의 의지에 대한 신뢰는 되찾았지만 포워드가이던스가 아니라며 연준의 ‘해야 할 일’을 강조하는 모호함이 여전히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IB) 스티펠파이낸셜의 린지 피에그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매일경제와 영상 인터뷰를 하면서 워시 의장의 잭슨홀 연설을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특히 65개월이나 연준의 물가 목표치(2%)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을 방치했다는 연준의 책임을 자인한 꼴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IB 수석이코노미스트 경력만 10년 가까운, 최근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장 전망 및 분석 전문가다. 2019년 시카고비즈니스저널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스티펠파이낸셜은 2022년 한국투자증권과 합자 IB 회사 ‘SF크레딧파트너스’를 설립해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다음은 피에그자 이코노미스트와 일문일답.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훨씬 웃돌고 있는 지금은 통화 정책을 긴축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최근 6월의 디플레이션과 7월에 추가 상승이 없다는 것을 고려할 때 연준이 당장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것을 워시 의장의 발언만 봐서는 알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워시 의장의 발언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궁극적으로 물가 안정을 회복하겠다는 광범위한 개념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 외에는 투자자들에게 손에 잡히지 않는 모호한 확신만을 제공하는 데 그쳤다.”
“워시 의장은 구체적인 포워드가이던스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물가의 유의미한 개선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했고 물가 압력이 2%를 향해 완화되지 않는다면 해야 할 일이 더 많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매파적으로 보이지만 물가 개선에 대한 예상 시기가 빠져 있다. 시장에선 1~2개월 내 물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이미 연준은 수년간 목표치를 웃도는 물가 압력을 용인해왔다. 초기에 인플레이션을 확실히 잡을 만큼 금리를 충분히 올리지 않아 연준이 실수를 저질렀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올해 금리 인상도, 인하도 없을 가능성이 있다. 인상이 이뤄지려면 성장 전망과 함께 인플레이션이 계속 상승해야 하고 기대인플레이션도 4%를 웃돌아야 한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의 인플레이션 수준은 매우 불편하고 위험하다. 연준은 팬데믹 이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5.5%보다 훨씬 더 높였어야 했다.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미국 경제에 고착화되도록 방치했다. 이번에도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다만 연준이 ‘해야 하는 것’과 ‘실제로 할 것’은 다를 수 있다.”
“충분히 열려 있다. 워시 의장은 금리를 낮추는 환경으로 정책 방향을 틀고 싶어하며 그렇게 할 명분을 찾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반드시 2% 목표치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관세 영향이 사라지고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서 2%를 향해 의미 있게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그리고 노동시장이나 소비, 성장률 지표에서 추가적인 약세가 나타난다면 이를 금리 인하의 구실로 삼을 것이다.”
“시장에 일시적인 영향은 줄 수 있다. 발표 이후 금리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알다시피 장기물 금리는 여전히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재무부가 개입해 정부의 대차대조표를 확대하고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밖에 없다. 시장이 부채 규모가 이제는 40조달러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거나 높은 인플레이션을 고착화하지 않고, 혹은 연준이 2% 목표치를 더 높은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도록 압박받지 않고 이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해결책이 있을지 의문이다. 미 의회의 최소 한쪽 정당이라도 이를 다루려는 정치적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그런 의지가 없다. 어느 쪽도 정부지출 축소를 주장하지 않는다. 단지 지출을 어디에 배분할 것인가에만 관심이 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워시 연준 의장 간 입장 차가 시장의 혼란을 키운다는 우려가 있다.
“시장 불확실성을 가중하고 있다고 본다. 최근 고용 보고서가 다소 부진했고, 6월과 7월 인플레이션 지표가 다소 개선됐기 때문에 금리 인상의 시급성이 줄어들었다. 연준이 꽤 오랫동안 동결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연준은 장기적으로 통화 정책의 방향타를 저금리 환경으로 틀고 싶어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을 피할 수 있다면 반드시 피할 것이다. 물론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면 일시적으로라도 금리를 올려야 할 수는 있다.”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국채 금리가 실제로 더 높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2023년 10월을 되돌아보면, 당시 부채한도 갈등이 매우 격화되면서 10년물 금리가 5%까지 치솟았다. 당시는 국가부채가 26조~27조달러 수준이었다. 지금은 부채가 40조달러인데 5%가 높다고 말하고 있다. 2% 안팎의 완만한 성장세에 정부 대차대조표의 대규모 확대와 높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10년물 금리는 최소 5%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시장은 다양한 심리적 요인에 의해 움직인다. 지정학적 긴장 완화 기대감이나 재무부의 시장 개입과 같은 일시적인 단기 호재가 나올 때마다 시장은 환호하며 정부 대차대조표 확대에 대한 우려를 잊어버리는 것 같다.”
-국채 금리 변동성에도 미국 증시는 강력한 랠리를 이어왔는데 그 배경은 무엇인가.
“인공지능(AI)과 그 확장에 대한 낙관론 때문이다. 최근의 성장은 실제로 기술 부문, 특히 AI 분야에 집중돼왔다. 하반기에도 시장 주도력 측면에서 반도체와 빅테크가 이끌고 있다. 연말까지 나타날 추가 성장의 촉매제 역시 동일한 플레이어들일 것이다. 얼마나 더 오를지에 대해서는 모든 전문가가 ‘이제 위로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불안한 측면도 있다.”
-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막대한 AI 투자에 대한 비용 급증이 리스크가 될 텐데.
“대부분의 투자가 대규모 차입을 통해 조달되고 있기 때문에 금리가 상승하면 많은 기업이 유동성 압박을 겪게 될 것이다. 반도체 회사의 제품을 다시 그 회사에 파는 식의 돌려막기 구조는 일종의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연 부채가 어디에 묶여 있는지, 기업과 시장의 현금 흐름이 얼마나 건전하고 명확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1순위 섹터는 헬스케어다. 미국은 급격한 인구 고령화를 겪고 있으며, 이는 기존 의료 서비스뿐만 아니라 기술 발전과 성장에 대한 수요를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있다. 2순위는 테크 분야다. 기술 분야에는 주기적인 부침이 있고 과도한 부채 누적으로 과열되는 국면이 있더라도, 기술은 시장의 영구적인 핵심 요소다. 성장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은 있을지언정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7월 고용과 소비지출이 경기 둔화 경고라는 시각도 있는데 미국 경제를 어떻게 평가하나.
“미국 경제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하고 싶지는 않지만 매우 탄탄하고 완만한 기반 위에 있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1.5%를 기록했고 연초와 평균을 내면 약 1.8%에 달해 여전히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고용은 팬데믹 직후 평균 20만~3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던 수준에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으며, 사실 현시점에서 20만개까지 필요하지도 않다. 하지만 연준은 완전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매달 2만~4만개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추산하며, 현재 평균적으로 그 수준에 도달해 있다. 근본적인 추세를 보면 여전히 긍정적이다.”
-유가와 함께 최근 미국과 캐나다 관세 분쟁이 물가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지난해 관세 분쟁 때와 비슷하다고 본다. 당시 시장은 과민 반응했고 인플레이션이 누적될 것이라는 공포가 있었다. 하지만 관세가 발효된다고 해서 그 수준이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며 협상을 이어가기 위한 출발점일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협상에 열려 있다고 밝혔고, 특정 시장에 대한 더 나은 접근성을 원할 뿐이므로 관세에 대해선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특정 섹터에서 일시적인 가격 상승은 있을 수 있지만 작년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영향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에도 초기에 높게 제시됐던 많은 관세가 훨씬 낮은 수준으로 재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