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초까지만 해도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다시 7000선에 안착할 것이란 기대가 나왔지만 단기간 분위기가 급변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와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에 수급 불안까지 겹치면서 코스피가 장중 6400선까지 밀리는 등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16.76포인트(0.26%) 오른 6579.48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만 보면 소폭 상승했지만 장중 변동성은 극심했다. 코스피는 장 초반 6682.97까지 올랐지만 오후 들어 돌연 급락하면서 6439.39까지 내려앉았다. 장중 고점과 저점의 차이가 240포인트를 넘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시장 분위기는 달랐다. 지난달 코스피는 7월 급락의 충격을 딛고 3.4% 반등했다. 물가 지표에 대한 안도와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지난달 12~14일 3거래일 동안 9.9% 뛰었으며, 지난 14일에는 장중 7010.86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코스피의 상승 흐름을 막은 첫 번째 최대 변수로 ‘미국 금리’가 꼽힌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잭슨홀 미팅에서 물가에 대한 경계감을 강조하면서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제공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변동 확률 지표인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달 금리 인상 확률은 잭슨홀 연설 전 35%에서 이후 57%까지 뛰었다.

증권가는 연준의 긴축 가능성뿐 아니라 미국 국채시장의 구조적인 수급 부담에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 연방부채가 40조달러(약 5경4256조 원)를 넘어선 가운데 재무부의 장기채 바이백 확대와 재무부 일반계정(TGA) 활용만으로는 국채 공급 부담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빠르게 오르는 ‘베어 플래트닝’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단기금리 상승은 주식의 할인율을 높여 주가수익비율(PER) 상승을 제한하고, 결과적으로 코스피의 반등 탄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 재개로 유가가 상승하며 상황은 더욱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유가 상승은 기업의 비용 부담을 높일 뿐만 아니라, 국제유가 상승이 미국 물가를 다시 자극할 경우 연준의 금리 인상 명분을 강화할 재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양국 간 교전이 한 달 만에 재개되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하루 만에 2.83% 오른 배럴당 85.76달러까지 뛰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4.75%까지 상승했다.

지난 7월 기준 한국 전체 수출에서 중국과 미국이 차지한 비중은 각각 20.4%, 18.6%에 달하는 등 두 국가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 속, 미국의 3분기 성장률 둔화와 중국의 미약한 경기 회복이 국내 기업의 수출과 실적에 부담을 줄 수 있단 우려가 투심에 반영되고 있다.

최근 원화 가치가 빠르게 오른 점도 수출주에는 악재란 평이 나온다. 급격한 원화 강세는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수출기업이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산한 이익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2분기 달러당 원화값은 평균 1502원이었지만 3분기 들어 이달 2일까지 평균 1445원으로 높아졌다. 이미 수출 품목 간 온도 차도 나타나고 있다. 8월 컴퓨터와 반도체 등 IT 품목의 수출은 개선세를 이어갔지만 선박과 자동차·부품 등 비IT 품목의 증가율은 둔화했다.

외국인 수급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점도 지수 반등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외국인이 코스피 대형주의 주요 수급 주체인 만큼 이들의 매수세가 살아나지 않으면 지수의 상승 탄력도 제한될 수 있어서다.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올해 들어 코스피에서 168조6000억원을 순매도했고, 지난달에도 약 10조4000억원을 팔아치웠다”면서 “미국과 이란의 충돌과 미국 국채금리 상승, 글로벌 반도체주의 변동성이 이어지면서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국내 주식을 사들이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불안정한 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증권가에선 낮은 밸류에이션과 반도체 자사주 매입이 지수 하단을 지지할 것이란 평이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지난 2일 기준 12개월 선행 PER이 5.2배에 불과해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하방 경직성은 확보했지만, 매크로 불확실성과 실적 모멘텀 부재로 빠른 추세 반등도 쉽지 않다”라면서 9월 코스피 예상 밴드로 6200~7400을 제시했다.

금리 상승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국내 증시가 밸류에이션 하단에 위치해 있어 추가적인 디레이팅보다는 향후 밸류에이션 정상화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단 분석도 나온다.

권순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에 따른 할인율 부담이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판단한다”며 “월 단위 시계에서는 추가적인 디레이팅보다 밸류에이션 회복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