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대표 국책연구기관인 베트남사회과학원(VASS)이 한국과 베트남의 경제협력을 기존 교역·투자 중심에서 기술이전과 공동개발, 녹색금융, 공급망 협력 등 고부가가치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저비용 노동력과 자원 투입에 의존해온 성장모델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의 기술력과 녹색전환 경험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 민 뚜언(Tạ Minh Tuấn) VASS 부원장은 2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베 전략공동포럼 환영사에서 “녹색전환은 단순한 에너지 문제를 넘어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에 직결된 과제”라며 “한국과 베트남이 기술이전과 공동개발, 녹색재원 조달, 공급망의 지속가능성 제고 등에서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은 한국경제학회(KEA), VASS, 고려대 글로벌에너지기술정책전문가과정(KU-GETPPP)이 공동 주최했다.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기술이전, 원전·수자원 등 한·베 간 녹색전환 협력 방안이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이에 대해 강성진 한국경제학회장은 “탄소중립과 에너지뿐 아니라 원자력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한국과 베트남이 어떤 협력을 할 수 있을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학술행사로만 끝내지 말고 정책을 제언하고, 한국과 베트남 간 실제 협력사업까지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교 첫해 4억9300만달러에 불과했던 교역액은 지난해 945억달러로 약 190배 커졌다. 베트남은 중국·미국에 이어 한국의 3대 교역국으로 올라섰다. 다만 한국이 자본과 부품·설비를 공급하고 베트남이 생산을 담당하는 기존 제조업 분업구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트남 경제는 올해 상반기 국내총생산(GDP)이 8.18% 증가할 정도로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고소득국 도약을 위한 더 높은 성장경로를 그리고 있다. 따 부원장은 “베트남이 앞으로 두 자릿수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가 에너지”라며 “녹색성장과 녹색전환 과정에서 한국의 경험을 공유받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성장을 지속하려면 산업구조 자체를 고도화해야 한다는 게 베트남 측의 판단이다. 따 부원장은 “세계은행이 지적했듯 자원과 저비용 노동력 투입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중진국에서 고소득국으로 도약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양국 간 협력을 통해 베트남이 한국 기업들과 함께 보다 높은 부가가치 단계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이 수평적 협력으로 넘어갈 여건도 마련되고 있다. 올해 베트남 대입 이공계열 전국 공동수석이자 미국 SAT 만점자인 호앙 흐엉 장(Hoang Huong Giang)이 카이스트 진학을 선택한 것이 대표적이다. 고령화로 인력 부족이 심화하는 한국과 인구 1억명의 젊은 인재를 가진 베트남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가격뿐 아니라 기술 경쟁까지 격화하는 베트남으로서도 ‘중진국 함정’을 피하려면 제조업 고도화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