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시티그룹(Citigroup)이 올해 안에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비트코인(BTC) 수탁 서비스를 시작한다.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을 보관하는 기존 은행 인프라 안에 비트코인을 추가해 기관 고객이 별도의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수탁업체를 이용하지 않고도 자산을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시티의 기관 인프라 사업부는 18일(현지시각) 수탁과 결제, 외환, 현금관리를 빠르게 처리하는 통합 서비스 ‘커스터디 플러스(Custody+)’를 공개했다. 정확한 출시일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비트코인 수탁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비트코인부터 시작…전통·디지털자산 수탁 통합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시티는 커스터디 플러스를 통해 기관 고객에게 전통자산과 디지털자산 수탁을 동일한 체계에서 제공할 계획이다.

시티는 현재 100개가 넘는 시장에서 수탁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가운데 62개 시장에서는 자체 수탁 네트워크를 운영한다.

비트코인 수탁이 추가되면 기관 고객은 시티에 맡긴 주식과 채권과 함께 비트코인도 같은 은행을 통해 보관할 수 있다.

코인데스크는 이를 통해 일부 기관투자가가 별도의 디지털자산 전문 수탁기관을 이용하지 않고도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아미트 아가르왈 시티 인베스터 서비스 수탁 책임자는 “커스터디 플러스는 고객 전략의 속도에 맞는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수년 동안 투자한 결과”라고 말했다.

수탁·결제·외환·현금관리까지 묶어 처리

시티는 수탁과 결제, 외환, 현금관리 업무를 하나의 인프라 안에서 더 빠르게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시티는 미국에서 기존에 여러 단계를 거쳐 처리하던 수탁 관련 업무를 하나의 시스템에서 처리하는 기술을 도입했다.

시티는 현재 관련 업무의 80% 이상이 실시간으로 처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새 시스템을 적용한 뒤 일부 수탁 업무의 처리 시간은 최대 92% 단축됐다. 전체 업무의 96%는 두 시간 안에 완료되고 있다는 게 시티의 설명이다.

비트코인 수탁은 이 같은 인프라 현대화 전략의 일부로 추진된다. 시티가 디지털자산을 별도 사업으로 떼어내기보다 기존 기관 수탁 체계에 편입하는 방식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BNY·피델리티·코인베이스 이어 시티도 진입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BNY는 2022년 일부 미국 고객을 대상으로 디지털자산 수탁 서비스를 시작했다.

피델리티 디지털 애셋(Fidelity Digital Assets)과 코인베이스(Coinbase)도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디지털자산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티가 연내 서비스를 시작하면 미국 대형 금융기관의 비트코인 수탁 경쟁은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규제 환경 변화도 은행권 진입을 뒷받침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5년 회계지침 SAB 121을 철회했다.

SAB 121은 금융회사가 고객의 디지털자산을 수탁할 경우 관련 의무를 재무제표에 반영하도록 해 은행의 디지털자산 수탁 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적돼왔다.

해당 지침이 철회되면서 미국 은행들이 디지털자산 수탁 사업에 진입할 수 있는 규제 여지가 넓어졌다는 게 코인데스크의 설명이다.

기관용 비트코인 인프라 경쟁 본격화

시티의 진출은 비트코인에 대한 기관투자가의 접근 방식이 거래에서 수탁과 결제, 현금관리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관투자가 입장에서는 디지털자산 전문업체를 별도로 선정하는 대신 기존 거래은행을 통해 비트코인을 보관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특히 시티는 100개가 넘는 시장에서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금융기관이다.

기존 기관 고객과 수탁망을 그대로 활용해 비트코인 서비스를 추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자산 전문 수탁회사와는 다른 경쟁력을 갖는다. 다만 현재는 정확한 서비스 출시일과 이용 대상, 수수료 구조 등이 공개되지 않았다.

시티의 커스터디 플러스는 비트코인을 기존 금융 인프라 바깥의 별도 자산이 아니라 주식과 채권처럼 기관이 관리하는 자산군 가운데 하나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