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시기에는 주식시장에서 안정적인 종목을 선별하는 것이 더 중요해집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고금리 시대의 투자전략’ 재테크 설명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투자전략 설명회는 매일경제신문과 신영증권이 부산·대전·대구·전남광주 4개 지역을 순회하며 공동 주최하는 행사다.
국내 주식시장은 최근 변동성이 심화되면서 투자자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에 투자한 만큼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면서 작은 악재에도 증시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코스피가 5000선을 바닥으로 다진 뒤 재상승할 것인지, 이 상태로 급등락하면서 장기 횡보할 것인지 아무도 확답을 해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 센터장은 투자자들에게 최근 증시 상황에 지나치게 동요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 국내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을 감안하면 계속 들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를 사례로 들면서 실적 전망이 탄탄한 종목에 투자할 때 조정장만 잘 견디면 주가로 보답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강조했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5년간 3.6배 올랐다. 기간을 10년으로 확대하면 8.4배 상승했다.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고점 대비 43%가량 하락했는데, 이는 과거 반도체 업황 둔화 국면과 비교했을 때보다 낙폭이 크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김 센터장은 “과거 베어마켓(약세장)에 버금갈 정도로 주가가 밀렸지만 악재가 상당히 반영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주식시장은 상승하지만 투자자들은 이에 편승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주식시장은 하루하루 지켜보면 불확실성이 많지만 삼성전자 주가에 부정적 요인이 상당히 반영된 만큼 지금을 견디는 것도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모든 장기 투자가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면서 “물리더라도 가치가 있는 종목에 물리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 종목이나 들고 있다고 보답해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신영증권 분석에 따르면 코스피가 최근 10년간 300% 넘게 상승하는 동안 상장사 1274곳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거나 심지어 상장폐지됐다. 이 기간 주가가 상승한 기업은 573곳에 그친다.
지난해 코스피가 76.5% 상승할 때 전체 종목 2541개 가운데 코스피 대비 초과 수익률을 거둔 기업은 339개에 그쳤다. 반면 절대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종목은 939개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는 코스피가 101.1% 오르는 동안 1834개가 절대 수익률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코스피보다 초과 상승한 종목은 88개에 불과했다.
김 센터장은 “여전히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고 좀비기업이 만연한 상황에서 1000개가 넘는 상장사가 영업이익으로 회사를 운영하지 못하는 처지”라며 “금리가 높을 때는 엉뚱한 종목에 물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1982년~2020년은 세계화와 작은 정부 흐름 속에 금리 하락기였다”며 “40년간 금리가 떨어진 것을 반작용 측면에서 보면 당분간 금리가 높은 시대가 상당 기간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1982년 시작된 금리 하락기에 앞서 1942~1981년에는 원자재 가격 급등과 브레턴우즈 체제 붕괴 등으로 금리 상승기가 지속됐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김 센터장은 “앞선 40년 동안 금리가 내려갈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세계화였다”며 “세계화 흐름 속에 중국이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공급하면서 낮은 금리가 유지됐지만 이제는 미·중 갈등과 전쟁 장기화 등으로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효진 신영증권 연구위원도 “전쟁이 끝나고 유가가 안정되면 금리가 따라서 내려가겠지만 그렇다고 2~3% 금리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는 포트폴리오를 깐깐하게 압축해야 한다”며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처는 미국 국채인데, 미국 국채의 기대수익률을 크게 웃돌지 않으면 리스크를 짊어질 이유가 없다. 종목을 넓히기보다 신중하게 투자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신영증권은 반도체 분야 외에 지금부터 주목할 업종으로 조선·에너지·건설을 꼽았다.
조선 분야는 지난 2분기에 상장 조선사 모두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수에 진입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지금 시장이 예측한 실적보다 실제로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역대급 시장 상황이지만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의 산업 구조조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조선업체는 앞으로 3년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신홍주 신영증권 선임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장 확대를 위해 원유 공식 판매가격(OSP)을 인하했다. OSP가 떨어지면 국내 정유사는 원가 절감 효과가 커진다”며 “중동 리스크가 해소돼도 설비 복구에 1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휘발유나 등유·경유 제품 가격이 내려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건설의 경우 국내 착공 회복과 해외 원전·플랜트 수주 확대로 대형사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금리 시대의 투자전략’ 재테크 설명회는 오는 26일까지 세 차례 더 열린다. 12일에는 대전 ICC호텔에서, 18일과 26일에는 각각 대구 그랜드호텔과 전남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다.
전반적인 시황이나 대외 환경 예측뿐 아니라 업종별 주가 전망도 제공된다. 이와 함께 신영증권 연금전략부가 마련한 ‘연금투자 전략’도 깜짝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