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계국채지수(WGBI)에 이어 블룸버그 채권지수에서도 선진국 지위를 공고히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블룸버그 채권지수는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그룹이 관리하는 WGBI, JP모건 국채지수와 함께 세계 3대 채권지수로 꼽힌다.
한국은 이미 2024년 이후 WGBI와 JP모건 지수에서 선진국으로 분류됐다. 한국은 현재 블룸버그 글로벌 종합채권지수에 편입됐지만 선진국으로 분류되지는 않은 상태다. 이번에 분류가 확정되면 선진국 국채에 투자하는 글로벌 연기금과 국부펀드 등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국내 채권 투자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8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블룸버그와 한국 국채의 선진국 재분류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내년 초 국가 분류 정기 검토에 나서는 과정에서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블룸버그는 2002년 글로벌 종합채권지수에 한국 국채를 편입하기 시작했지만, 국가 분류에서는 여전히 신흥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빙 리 블룸버그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와 면담하며 한국의 선진국 분류 필요성을 전달했다. 이 부총리는 정부가 지난 4월 WGBI 편입을 계기로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왔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 국채시장의 국제적 위상과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2024년부터 국채지수에서 한국을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지난 4월 현행 분류 체계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한국이 세계은행(WB) 기준 고소득국이자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선진경제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향후 재분류 가능성은 열어뒀다.
정부 안팎에서는 올해 한국 경제가 이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점 등을 고려해 선진국 재분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3대 채권지수에서 모두 선진국 지위를 인정받으면 신흥국 채권 투자를 제한하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국내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3대 연기금 중 하나로 꼽히는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가 대표적이다. GPFG는 2019년부터 채권투자 기준(벤치마크)에서 신흥국 채권을 제외했는데, 당시 한국 국채도 벤치마크에서 빠진 바 있다.
이에 따라 GPFG의 한국 국채 보유액은 2019년 말 490억크로네(약 6조4000억원)에서 올 상반기 151억크로네(약 2조4000억원)로 줄었다. 선진국 재분류가 성사되면 GPFG 한 곳에서만 4조원가량 추가 국채 매수 여력이 생길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우량 투자자들이 글로벌 채권지수를 추종해 투자하는 만큼 다른 기관투자자들의 자금도 국내 채권시장으로 유입될 전망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위험 프리미엄이 낮아지면서 정부가 보다 낮은 금리로 국채를 발행할 수 있고, 국내 자본시장의 발달과 자본유입으로 원화값 안정을 추가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고령화와 저성장으로 재정적자가 늘어나면서 국채 발행도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국채를 사줄 투자자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추가적인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이미 WGBI 편입으로 한국 국채의 선진국 지위가 널리 알려진 만큼 당시처럼 뚜렷한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